지하철 벌금 너무 가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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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임경선<서울 마포구 서교동467의 8>
며칠전의 일이다. 순진한 가정주부인 이모가 앓고있는 아이를 업고 병원에 가기 위해 예비군훈련을 떠나면서 집에 두고간 이모부의 정기승차권을 갖고 부천의 역곡역에서 지하철을탔다.
이모는 물론 남편이 쓰는 승차권을 아내가 사용해도 되는 줄로만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청량리역에서 역무원에게 적발돼 역무실로 끌려간 뒤 발이 묶인채 한바탕 큰 곤욕을 치러야만 했다.
그 역무원은 타인의 승차권을 도용했다는 이유로 『벌금 5만원을 물어라, 그렇지 않으면 경찰서로 넘기겠다』고 이모를 윽박질렀다.
규정을 잘 몰라 본의 아니게 잘못을 저질렀다고 통사정을 했지만 막무가내였다. 수중에는 아이 진료비로 갖고나온 2만원이 전부라고 했지만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이모는 결국 여기저기 전화를 걸어 간신히 5만원의 벌금을 만들어 주고서야 겨우 풀려날 수 있었다. 등에 업힌 아이는 아픔을 호소하듯 칭열댔으나 그곳에서 오랫동안 붙들려 있는 바람에 시간이 너무 늦어 병원에도 가지 못한채 발길을 돌려야만 했다.
서울지하철당국에 묻는다. 규정을 잘 몰라 남편의 승차권을 사용한 것이, 아픈 아이를 업고 병원으로 달리는 안타까운 모정을 그토록 몰인정하게 처벌해야 할 만큼 큰 죄인가.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역곡∼청량리간 전철요금 3백원의 1백70배에 이르는 5만원을 추징한 벌금액의 산출근거는 어디에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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