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지도자의 논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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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지난 주까지만 해도 백악관으로의 문이 활짝 열린듯이 행세했던 「게리·하트」전상원의원을 하루아침에 정치 파산자로 만들어버린 섹스 스캔들은 사실 인격 스캔들이다.
미국의 매스컴과 여론이 지탄하고 있는 것은 그가 혼외정사에 탐닉했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런 행위가 미국이라는 큰 나라의 대통령이 마땅히 가져야할 인격과는 거리가 멀다는 점이다. 일반 국민 사이에서는 이혼율도 높고 혼외정사도 흔하지만 나라의 지도자는 일반국민보다 높은도덕률을 지켜야 한다는 미국인들의 기대가 이번 스캔들의 바탕에 깔려 있다.
「하트」는 정치인으로서는 나무랄데가 없었다. 그는 무서운 정력으로 민주당이 빠져 있는 안일한 현상고정상태를 타파하려노력해왔다. 그는 뉴딜정책의 낡은 유산에서 헤어나야 민주당에 새 바람을 불어 넣을수 있다고 주장해왔다.
그것이 그가 주장해온 「뉴 아이디어」라는 것이다.
그러나 그는 개인적으론 젊게 보이려고 나이를 속이고 유권자들이 그의 이름을 쉽게 기억하게 하기 위해 성을 「하트펜TM」에서 「하트」로 바꿨다. 이번에도 자신의 밀회 사실이 보도되었을때 부인부터하고 나섰다.
이와같은 행적은 일반인으로서는 충분히 이해가 가는 것이지만 대통령을 꿈꾸는 사람에게는 용납될수 없는, 2중인격의 증거라고 미국인들은 보고 있다.
스캔들이 터진 직후의 기자회견에서 미국기자들이 「하트」에게 『당신은 간음을 했는가』라고 성경 구절같은 질문을 한것이 열핏 보기에 지나치다고 보일지 모르지만 2억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할 인물이라면 그런 질문에 정직하게 답해야 된다는것이 미국인들의 일반적 생각인것 같다.
그런걸 미국인들은 「어카운터빌리티」라고 부른다. 국민들로부터 권력을 수임사한 지도자가 되려한다면 인격을 포함한 자신의 모든 것을 드러내놓고 국민의 심판을 받아야 된다는 것이다. 「하트」의 스캔들에서 우리는 민주주의의 기본률을 본다. 장두성<워싱턴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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