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어느 때인데"…서울 도심에서 '일왕 생일파티' 소동

　

주한 일본대사관 주최로 아키히토(明仁·82) 일왕의 생일을 축하하는 행사가 8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렸다. 이 과정에서 10여 명의 시민이 ‘일본군 위안부 20만명’ 등의 문구가 쓰여진 피켓을 들고 항의하며 경찰과 충돌했다.

시민들은 "얼마나 우리를 무시했으면 이런 시국에 고급 호텔을 빌려 생일파티를 하는가. 나라가 개판이다, 나라가 미쳤다"고 고함쳤다.

이날 행사는 일본대사관 주최로 열린 '내셔널 데이 리셉션'였다. 일본은 아키히토 일왕의 생일인 12월 23일을 일종의 국경일로 정하고 매년 12월 각 재외공관에서 축하 행사를 열고 있다.

오후 5시30분쯤 시작되는 생일파티지만, 일부 시민은 오후 4시 이전부터 호텔 정문을 막아 섰다.

애국국민운동대연합은 '친일정치'라는 글자가 적힌 머리띠를 매고 어깨에 태극기를 두른 후 차량 진입로를 막고 섰다가 20명 안팎의 경찰로부터 저지당하자 "왜놈 경찰이야, 한국 경찰이야? 아직도 일본의 식민지인 거냐"고 항의했다.

기자라고 주장하며 입장하던 한 중년 남성은 "때가 어느 때인데 생일잔치를 하냐. 대한민국 땅에서 왜놈이 생일파티를 하는 게 말이 되느냐. 김구 선생님이 바로 옆에 계신다. 나라 망신이다"라고 소리치다가 경찰의 제지로 끌려 나왔다.

위안부 할머니의 넋을 기린 시민도 있었다. 한 남성은 '일본 위안부 20만 명, 강제징용 조선인 600만 명'이라고 적힌 피켓을 들었다.

행사가 열리는 그랜드볼룸의 경비는 삼엄했다. 입구와 로비에는 각각 '취재금지'라는 푯말이 세워졌다. 이날 행사에는 약 3000명이 초대돼 600여 명이 참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관계자는 "매년 일부 시민들이 일왕 생일파티 개최를 반대하는 규탄시위를 벌여왔다"면서 "하지만 올해는 시민이 다소 줄어든 것 같다"고 전했다.

채승기·박혜민 기자 park.hyemin@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