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많은데 가장은 드물다|자녀교육 뒷전, 직장이 우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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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국아동학회 「아버지의 역할」 심포지엄>
아버지가 자녀교육에 미치는 영향력은 막대하다. 자녀들의 성에 따른 역할발달은 물론 도덕성을 발달시키고 학업성취와 지적발달에는 어머니보다 더 많은 역할을 한다. 따라서 청소년문제의 예방적 입장에서, 아동의 삶의 질을 향상시키기 위해서도 자녀양육에서의 아버지의 적극적인 개입이 필요하다. 또 이를 위해서는 사회체제가 아버지가보다 일찍 귀가할 수 있도록 바뀌어야 한다.
이와 같은 주장은 가정의 달을 맞아 한국아동학회 (회장 이희자) 주최로 2일 덕성여대에서 열린 『현대 가족에서의 아버지의 역할』을 주제로한 춘계 학술심포지엄에서 발표된 것.
이연섭교수 (중앙대·교육심리)는 주제강연을 통해 부모의 역할은 전통적으로 어머니는 아동의 양육, 신체적 돌봄, 보호를 주로 담당하고 아버지는 아이들과 놀아주고 사회적 규범을 가르치는 역할로 받아들여져 왔다고 진단.
그러나 현대가족에서는 끊임없는 가정 밖에서의 유혹과 새벽부터 밤늦도록 계속되는 과중한 직장일이 주는 과로와 스트레스가 「아버지의 부재(물리적)아닌 부재(심리적)」현상을 초래, 교육상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는 것이다.
인간관계는 「양보다 질」, 즉 1∼2시간의 유쾌한 상호작용은 10시간의 지루하고 불만족스런 함께 있음보다 애착형성에 더욱 도움이 된다는 것이 이교수의 주장.
한편 정문자교수(연세대·아동학)는 아동 발달주기에 따른 아버지의 역할을 통해 아동전기(3∼5세)와 후기(6∼12세), 사춘기(13∼18세)의 아버지 역할의 중요성을 강조.
3∼5세무렵 아버지의 솔직한 애정표현이 있어야 자녀들은 침착하고 참을성이 많으며 사회적인 성격으로 발달한다는 것. 아이들이 놀라운 일, 무서운 일을 당했을 때엔 안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6∼12세 무렵이면 부모가 동일시의 대상이 된다. 특히 남자아이에게는 아버지가 좋은 모델역할을 해야한다. 아버지는 자녀의 친구가 되어주고, 온정과 지지를 베풀어주는 사람일 것이 요구된다. 한편 아동이 퇴행적이 되는 것은 주로 사춘기에 아버지와의 관계가 원활하지 못한 경우. 급격한 신체적 변화에 적응해야하고 성숙한 인간으로 독립을 추구하는 사춘기의 아버지의 심리적 부재는 물리적 부재와 거의 비슷한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이·정 두 교수는 자녀교육에서의 아버지의 역할을 크게 강조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남성과 여성이라는 성간의 역할분담을 배운다는 의미에서보다 아동의 바람직한 인간으로의 성장을 위해서라는 것이 강조되어 관심을 모았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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