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일 정상회담을 지켜보는 양국의 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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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워싱턴=장두성특파원】「나카소네」 일본 수상은 사흘 동안의 워싱턴 방문을 결산하는 내셔널 프레스 클럽 연설에서 이번 정상회담의 성과를 묻는 일본 기자들의 질문에 대해『선물을 기대해서 온 것은 아니지만 정치적 이유로 빈손으로 돌아가기도 어렵다』고 난처한 답변을 했다.
일본측이 성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6월초에 있을 베네치아 서방 경제정상회담을 앞두고 5월말께 대일 반도체 보복조치가 해제될 수 있다는「레이건」대통령의 암시와 달러화 하락세를 현재 선에서 안정시킬 필요성을 미국이 공개적으로 인정한 것 등으로 요약될 수 있을 것 같다.
그러나 이 정도의 성과는 미일 정상들의 개인적 의도와는 별도로 움직이고 있는 양국간의 통상마찰을 해소시키는데는 크게 미흡한 것이다. 따라서 객관적으로 볼 때 「나카소네」 수상의 이번 방미로 미일 통상마찰은 기본문제를 그대로 둔 채 잠정적인 휴전상태로 들어갔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정상회담의 전체적 분위기는 강력한 통상규제법을「나카소네」수상이 도착한 다음날 통과시킨 미 의회의 대일 감정앞에서 「나카소네」수상뿐 아니라「레이건」대통령까지도 암도 당하고 있는 형상이었다.
미국언론과 의회의 반응은 일본이 지금까지 듣기 좋은 약속만 하고 한번도 이를 이행하지 않았기 때문에 이번에는 행동을 보이기까지 보복조치를 계속해야 된다는 것이다. 내셔널 프레스 클럽에서 미국기자들이 던진 첫 질문도 『지금까지 늘 약속만 해왔는데 이번 약속을 어떻게 믿으란 말이냐?』는 도전적
인 것이었다.
「나카소네」 수상이 단기성 금리를 내리고 제3세계 나라들에 3백억 달러의 차관을 제공하며 일본 국내 경기 부양책과 국내 경제의 「구조적 조정」을 하겠다는 약속도 현재로서는 그와 같은 일반적 회의론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와 같은 분위기는 88년 총선거를 의식하고 통상문제를 제1의 이슈로 삼고 있는 민주당 지도부의 기세가 계속되는 한 쉽사리 수그러들 것 같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레이건」대통령은 5월말께 대일 보복조치를 풀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일본측 관측통은 보고 있다.
베네치아 경제 정상회담을 앞두고 미일간의 제일 큰 현안 문제가 미결상태로 남을 경우 그 모임이 성공적으로 열리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번 미일 정상회담으로 미일간의 통상마찰이 반도체 보복조치를 훨씬 넘어선 뿌리 깊은 것임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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