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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가 채권왕 그로스 “트럼프 정책은 위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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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5면

미국 월가의 ‘채권왕’으로 불리는 빌 그로스(사진)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경제 정책이 세계 채무위기(debt crisis)를 악화시킬 뿐이라고 경고했다. 야누스캐피탈그룹에서 채권펀드를 운용하는 빌 그로스는 6일(현지시간) 투자자들에게 보내는 편지에서 “트럼프의 감세·규제완화·재정지출 확대가 단기적으로 주식에는 득이 되고 채권에는 실이 된다 ”며 “그러나 장기적으로 트럼프의 반세계화 아이디어는 교역을 제한하고 기업 순익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라는 것이라고 말했다.

재정지출 확대, 채무위기 악화 우려

그로스는 중앙은행들의 대규모 채권 매입 등 자산매입과 저금리로 세계 경제가 7년째 채무위기를 겪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일본·유로존·미국·영국 등에서 중앙은행들은 지금껏 금리를 의도적으로 낮게 유지해 자산 가격을 부풀리는 식으로 과도한 채무를 짊어진 좀비 기업과 개인들을 구제해 왔다”고 말했다.

이어 트럼프 행정부를 지목하며 “정책의 중심을 통화정책에서 재정정책으로 옮기면서 ‘정부적자 증가’라는 말 대신 ‘인프라 투자’나 ‘세금 감면’ 같은 그럴싸한 말을 사용한다”며 “결국 제로에 가까운 금리로 시장이 왜곡되고 궁극적으로 우리가 알던 자본주의를 부패하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로스는 “트럼프 행정부는 재정정책에 따른 막대한 빚 해결을 후대로 미룰 것”이라며 “이런 환경에서는 현금과 현금 대체재 보유를 늘리고 채권 만기는 줄이라”고 권고했다. 그로스는 트럼프의 정책이 노동계층에 피해를 줄 것이라며 이로 인해 대통령 재선에는 실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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