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련겪는 남미국가의 문민정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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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남미의 민간정부들은 최근 되살아나는 군부쿠데타의 망령들을 맞아 타협을 통해 진압을 시도, 성과를 거두고 있다.
최근 거부통치시절의 인권유린을 단죄하는 민간정부의 재판에 불만을 품은 일부 군장교들의 반란을 진압한 「알폰신」아르헨티나대통령은 의회연설에서 『쿠데타의 시대는 영원히 지나갔다. 군인에게는 단 한가지 의무만 있다. 그것은 지휘관의 명령에 복종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지난 8년간 남미의 12개 독립국 가운데 10개국이 군부통치를 벗어나 선거에 의한 민간정부를 구성했는데 이는 우둔한 정치군인들이 불법연행·고문 등을 자행, 실종자들이 늘어나 시민들의 항의가 잇따르고 국제적 비난이 쏟아졌으며 무절제한 경제운용·부정부패로 외채와 민중들의 생존권위협이 가중돼 이를 해결할 능력이 없는 군부가 무너질 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아직도 군인들이 정치무대에서 완전히 물러선 것은 아니다. 최근만 해도 아르헨티나뿐 아니라 페루·브라질·에콰도르·우루과이 등에서 군부의 저항이 있었다.
페루의 「가르시아」대통령은 3군사령관들이 국방장관에 복종해야 하고 국방예산펀성 비밀보장을 제거한 신국방법을 제정, 이에 반대한 공군사령관을 해임하려다 대통령궁이 폭격당하는 위험을 겪었다.
또 쿠데타설이 계속 떠도는 브라질의 「사르네이」대통령도 군부의 스트라이크진압 허용과 군부정권하의 인권침해에 대한 전면사면을 발표, 군부와 협조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코르데로」에콰도르 대통령은 지난1월 공수부대원들에게 남치돼 쿠데타음모로 체포된 공군사령관을 석방, 그의 대통령입후보를 허용해 주고야 물려났다.
또 「상기네티」우루과이 대통령도 군정하의 고문, 「실종」 등에 대한 인권재판을 기도하다 군부의 저항에 직면, 사면령을 내리고 말았다.
그러나 남미의 군부저항자들은 『개인적 야욕에 따르고 있을 뿐 군부의 뜻을 대변하는 것이 아니며 국민의 뜻을 대변하는 것은 더욱 아니다』라고 「코르데로」대통령이 말했듯이 군부전체가 문민정치에 반대하는 것으로 보긴 어렵다.
오히려 대부분의 군인들이 문민통치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을 뿐 아니라 이번에 해임된 아르헨티나 군참모총장 「에레누」도 인권재판과 문민우위를 지지, 일부 반란군의 불만을 샀었다.
또 브라질의 전군정지도자 「게이셀」장군도 「사르네이」대통량과 「아르헨」대통령의 입헌문민국가의 연대를 지지하는 발언을 해 양국민들을 놀라게 했었다. 브라질의 유력지 조르날 도 브라질도 『군중들은 열광적으로 민주주의 만세를 외치거나 쿠데타방지법이 미비함을 지적하지만 남미에는 아직 제도화된 안정적 지주가 없다』고 한탄했다.
그러나 남미국가들을 위협하고 있는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경제적 궁핍이다. 「페레스·데·케야르」UN사무총장은 최근 『이지역 민중들의 생활상이 계속 좋아질 전망이 없는 한 정치적 해방은 나쁜 영향을 받게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쿠바의 공산화 이후 미국은 남미국가들이 수출주도형 고도성장정책으로 후진성을 극복하고 자립경제체제를 확립함으로써 정치·경제적 불안은 해소한다는 개발모델을 채택하도록 유도해왔다.
그러나 이 모델에서는 당시 남미경제문제의 핵심이었던 토지개혁을 실시하지 않은 채 공업화를 강행, 해외시장에 지나치게 의존하게 되고 과다한 외채부담을 안겨주게 되었다. 또 해외의존형 경제체제는 국내 저임금에의 의존과 이에 반발한 개혁세력통제를 위한 군사독재정권 등장이라는 소지를 내포하고 있었다.
자유·민주사회에서의 경제적 불만은 사회적 혼란과 소요를 가져오며 이 경우 대부분 「질서 회복」을 명분으로 한 군부의 개입구실을 주게돼 물가폭등과 소비재품귀에 항의하는 파업·시위가 거세질 때마다 칠레에서는 군부쿠데타가 발생했었다.
그래서 다시 군부쿠데타가 악순환되는 것을 막기 위해서는 아무리 경제적으로 어려움이 처해있더라도 「민주주의의 이익」을 분배해야 한다고 관측통들은 분석하고있는 것이다. <김진국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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