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류화가 작품만 전시합니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7면

여류작가들의 작품만을 수집·전시하는 여성미술관이 세계 최초로 미워싱턴에 등장, 여성파워가 미술계에도 불어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있다.
백악관과 2블록 거리인 뉴욕 애버뉴에 자리한 이 여성미술관은 지난주 「미국여류화가1830∼1930」을 개관 기념전으로 마련하고 일반공개를 시작했다.
이 미술관의 설립자는 건축가인 「월레스·할라데이」의 부인으로 워싱턴의 백만장자로 손꼽히는「윌헬미나·할라데이」여사. 61년 오스트리아 빈박물관에서 17세기 불여류화가인 「클라라·피터즈」의 작품에 매료된 그는 귀국 후 「피터즈」에 관한 자료를 찾았으나 「피터즈」는 물론 여류작가에 관한 자료가 전무하다는 사실을 알게됐던 것. 그는 예술사는 물론 박물관 전시에도 여류작품이 소홀히 취급되고 있음에 분개, 「피터즈」의 네덜란드화풍 정물화 구입을 시작으로 여성미술관 설립준비에 착수했던 것.
7년 전 백악관과 2블록 거리에 있는 6층짜리 벽돌 사원건물을 5백만달러에 구입함으로써 여성미술관은 본격적 채비를 갖추게 됐다.
여성미술관은 르네상스에서 20세기까지 시대별로 구분된 14개의 전시실과 도서관·극장·대연회실을 갖추고 있으며, 소장품은 유화·도자기·조각 등 여류작가1백80명의 작품 5백여 점을 헤아린다.
개관전에는 미국 각지에서 몰려든 여성관람객으로 연일 성시를 이루고 있는데 『미술사에서 잊혀진 여성작가들의 위치를 되찾아주는데 기여했다』는 긍정적인 평가와 『여류작가만을 따로 취급, 오히려 여성을 고립화 내지 여성작품을 2류화 할 우려가 있다』는 부정적 평가가 맞서고 있어 그 귀추가 주목된다. <외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