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독교 국악선교회」 해체위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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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기독교문화의 한국적수용과 국악의 전승 발전을 위해 광범한 활동을 전개해온 기독교 국악선교회가 재정난으로 해체위기에 놓여있다. 기독교국악선교회는 지난달 산하의 연주단과 무용단을 해체한데 이어 현재 남아있는 가야금병창단 및 어린이 선교예술단도 앞으로 2, 3개월을 더 버티어보고 끝내 운영재원마련이 불가능할 경우 해체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서울 강남침례교회 황대익 전전도사가 72년 창단, 재정난에 부닥쳐 네 차례나 해체됐다가 84년6월 연주단(20명)·무용단(12명)·가야금병창단(15명)·어린이 선교예술단(14명)등 4개 공연단 60여명의 단원으로 재창단된 기독교 국악선교회는 그동안 국내 교회와 대학, 해외에서 60여회의 국악판소리 찬송가 연주회를 가졌다.
이밖에도 창작 국악성가 테이프 제작보급(85년)과 고전무용 공연, 국악 동요부르기 운동 등을 전개해왔다.
고전무용가 하루미씨의 안무로 예수가 광야에서 시험받는 장면을 담은 선교무용 『연단』은 한국기독교의 토착화에서 기념비적인 최초의 한국적 기독교 무용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국악선교회 단원들은 모두가 국악인 기독교 신자이거나 아마추어적인 국악인 신자들.
따라서 단원들의 특별한 사례나 출연료 지출은 없지만 정기발표회·국내외 공연 등에 따르는 경비가 최소한 월2백50만∼3백만원씩 필요했다.
황전도사는 이같은 경비충당방법으로 교회들의 재정적 협찬을 기대했으나 전무, 자비로 운영비를 충당해왔고 현재3천여만원의 빚까지 졌다는 것이다.
지난해 11월의 일본순회공연(동경·대판·명고옥)에 이어 금년 5월에도 일본 한인교회의 초청을 받았으나 경비가 없어 무산되고 말았다.
지난 2월 결단식을 갖고 우리 고유의 민요 창법과 장단에 맞추어 창작한 국악동요 부르기 운동을 대대적으로 전개할 예정이던 계획도 현재 무산될 위기다.
이미 시인 박화목씨(아동문학회장) 등 10명의 동시위원을 위촉, 40여곡의 작사를 끝내고 이성천(서울대)·이상규(한양대)교수 등에게 의뢰, 작곡중인 국악동요부르기운동은 본격적인 활동을 눈앞에 두고도 끝내 손을 들고 말았다.
국악선교회는 85년 3월과 지난해 10월 서울YMCA강당에서 4개 공연단의 정기발표공연을갖는 등 한국기독교계의 독보적인 국악선교 단체로서의 위치를 굳혔으나 아직도 기독교교희의 민족문화 수용이 「폐쇄적인 현실」에 밀려 좌초하는 비운을 맞고만 것이다.
황전도사는 『비록 또 한번 좌절되더라도 다시 기회를 기다려 찬송가의 국악화, 국악 동요 보급운동 등을 기필코 성공시키겠다』고 다짐하면서 한국기독교의 민족 전통문화이해부족을 안타까와했다. <이은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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