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 七 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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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오늘은 음력으로 7월 7일 칠석(七夕)이다. 칠석날 저녁엔 은하수의 양쪽 둑에 있는 견우성과 직녀성이 1년에 한 번 만난다는 전설이 있다. 원래 견우(牽牛)는 소를 돌보는 별자리였고 직녀(織女)는 베를 짜는 별자리였다.

하지만 둘이 너무 좋아해 일을 제쳐두고 매일같이 사랑만 속삭이자 옥황상제가 벌을 내려 은하수의 양쪽 끝으로 쫓아보낸 후 1년에 한 번, 칠월 칠석날에만 만날 수 있도록 했다.

서로 사랑하지만 은하수를 건널 다리가 없어 1년을 기다리는 견우와 직녀는 매년 칠월 칠석 전날 밤 은하수의 양쪽 끝까지 와 한없이 울다, 까치[鵲]와 까마귀[烏]가 날개를 펴서 놓아준 오작교(烏鵲橋)를 건너 하룻밤 사랑을 나누고 다시 1년간 헤어지는 사랑을 반복한다.

그러기에 칠석날에는 오작교 공사에 참여하지 못한 낙오자들을 제외한 건강한 까마귀와 까치를 한 마리도 볼 수 없다고 한다. 또 칠석날 저녁에 비가 내리면 이는 견우와 직녀가 상봉한 기쁨의 눈물이요, 이튿날 새벽의 비는 이별의 눈물이라 했다.

때문에 동양에서는 이 날이 미혼남녀의 애틋한 사랑과 그리움을 상징하는 날이자 사랑에 눈이 멀어 맡은 바 임무를 수행하지 못할 경우, 사랑도 일도 모든 걸 잃어버릴 수 있는 감계(鑑戒)의 날로 삼아 여러 행사를 벌였다.

특히 중국에서는 칠석날 밤에 부녀자들이 5색 실을 견우.직녀 두 별에 바쳐 바느질과 길쌈을 잘 하게 해달라고 빌었는데 이를 걸교전(乞巧奠)이라 불렀다. 또 한국.일본.중국 모두 이때는 호박이 잘 열리고 풍성해 호박부침을 만들어 가족의 안녕과 이성과의 사랑의 건승을 칠성님께 빌기도 했다.

서양에서는 직녀성을 베가 혹은 거문고 자리(Lyra)로 부르고, 견우성은 알타이르(Altair) 혹은 독수리자리로 칭한다. 두 별의 인연에 대해 고대 동서양인들이 모두 짐작하고 있던 결과인지는 모르지만, 베가는 아랍어로 '하강하는 독수리'라는 뜻이다.

요즘 견우 직녀의 애틋한 사랑의 전설이 남아 있는 칠석날을 밸런타인 데이 대신 젊은이들의 사랑의 축제일로 삼자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전통 떡과 한과, 까치와 까마귀 인형, 오작교 등을 활용하면 세계적인 축제일로 만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칠석처럼 동양 공통의 전설을 한국이 주도해 아시아 전체의 축제일, 세계의 축제일로 만들어 내는 것도 문화 콘텐츠가 강한 문화강국으로 가는 길이 아닐까.

김석환 논설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