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만 고민하는 어린이 많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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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요즘 어린이들에게 『날씬하다』는 말은 『참 예쁘다』거나 『공부 잘한다』는 말 못지 않은 찬사. 『뚱뚱하다』는 것은 매우 창피스런 모욕이며 『통통하다』는 말도 그리 달갑잖은 평으로 통한다. 어른들의 날씬한 몸매에 대한 선망이 어린이들에게도 그대로 받아들여지고 있는 것. 어린 이들을 위한 고민상담 전화에는 『너무 살쪄서 큰 일』이라는 호소가 끊이질 않는가 하면, 비만어린이들을 위한 사회단체나 국민학교의 체능프로그램들도 날씬해지고 싶은 어린이들로 붐빈다.
한국어린이보호회가 어린이문제상담을 위해 개설한 「신나는 전화」의 경우 지난 1년 동안 걸려온 9천7백여건의 상담전화 중 약 9%인 8백58건이 외모, 그 중에서도 뚱뚱해 걱정이라는 내용이 대부분.
그 어린이들의 키와 몸무게등을 물어본 상담원들은 『보통이거나 그저 약간 통통한 정도뿐일 듯한 어린이들도 친구들이 뚱보니 돼지라고 놀린다며 속상해하는 예가 적지 않다』고 말한다.
서울 잠실국민학교의 한 교사는 『신체척 성장발달이 매우 정상적인 어린이들조차 깡마른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한다』며 『날씬한 몸매에 대한 어린이들의 관심이 너무 지나친 경향』이라고 걱정한다.
지난 84년 한국사회체육센터가 「비만아를 위한 특별체능전문교실」을 연 이래 헬스클럽이나 수영장에서도 이와 유사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한국사회체육센터의 경우 달리기·팔굽혀펴기·수영등 운동과 함께 음식 섭취를 조절토록 하는데 등록희망자가 늘 정원을 넘어 차례를 기다리는 어린이들이 항상 대기 중.
보다 충분한 운동이 필요한 어린이들이 늘자 서울 반포국민학교처럼 정규수업시간 전후에 달리기나 줄넘기 등의 운동을 시키는 예도 있다.
비만이란 이상체중보다 20%이상 더 무거운 상태. 우리나라에는 별다른 지표가 없으나 외국의 경우 개인의 키(㎝)에서 1백10을 뺀다음 0.9를 곱한 수치를 이상적인 몸무게(㎏)로 삼는 등의 이상체증 산출방식을 두고 있다.
일반적으로 어린이들의 영양섭취량이 크게 늘어난데 비해 과보호, 편리해진 생활, 운동시설 및 공간부족 등으로 운동량이 충분치 못해 지나치게 살찌는 어린이가 점차 늘고 있으나 현재 정확한 조사자료는 없는 실정. 관계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어린이들의 20%가량이 「뚱보」소리를 들을 정도의 비만상태일 것이라고 말한다.
어린이들의 비만증은 당뇨병·간장애·심장장애 등 신체적 합병증과 함께 심한 열등감·우울증·의욕상실 등의 정서장애를 초래할수도 있으나 성인들처럼 살빼는 약을 복용하거나 기계 마사지 등의 인공적 방법을 시도하는 것은 절대금물. 연세의료원 소아과 김덕희 교수는 『한창 자라는 어린이들에게 무리한 식이요법이나 단기효과를 노리는 인공적 살빼기 등은 위험천만』이라고 말한다. <김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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