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물화전 지상감상|박내경<미술평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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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풍경·실내·정물 못지 않게 이인성에게 있어 인물은 중요한 그림 영역이다.
그의 인물화는 주로 딸을 비롯한 가족 등 가까운 사람들의 그림이 대부분을 차지하지만 경우에 따라서는 자연 속에 설정한 인물들의 그림도 있다.
30년대 대표작인 『가을의 어느날』이나 40년대 대표작인 『경주의 산곡』이 이런 범주에 속한다.
그러한 인물들은 대개 한국사람임을 강조하는 옷이나 자태를 취하고 있다.
이 그림 『해당화』(228㎝×145㎝)도 그와 같이 한국사람임을 강조하는 한 여인·두 소녀가 청초한 아름다움을 드러내기 위한 모습으로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같은 주제는 당시에 흔히 볼 수 있는 토속적인 소재에 속한다고 할 수 있을지 모르나 그 어느 경우에 비해서도 이 그림은 특히 그 청초한 아름다움을 잘 드러내고 있다.
그런 뜻에서 이 그림은 같은 작가의 탁한 색조와 과장된 형태감을 가진 다른 그림과도 구분되며 투명 수채화와 같이 선명한 색채 및 소묘와 같은 자율적인 선묘에 의해서 인물과 그를 둘러싼 자연까지 매우 정화시키고 있다.
그러한 정화감은 이 그림을 특히 정적으로 보이게 한다.
호암갤러리에서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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