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힘만 있고 정치없는 공허라도 인간다운 삶 포기할 이유 안 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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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천주교 김수환추기경은 14일 상오 87년 부활절메시지를 발표, 『현실 정치가 아무리 허망하고 사회의 모든 현상이 아무리 어두워 보여도 우리가 실망하지 않고 진리와 정의 및 사랑의 불을 지피며 살면 주님은 눌린 사람들의 짓밟힌 인간성을 반드시 살려주실 것』이라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국민의 여망인 민주화가 정략의 도구로 쓰여지고, 보다 밝은 정치의 새시대를 열 것으로 기대되었던 개헌의 꿈이 깨어졌다』고 탄식하면서 『이 땅위에는 다시금 최루탄이 터지고 국민의 눈과 마음속 깊은 곳에서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게 됐다』고 우려했다.
김추기경은 『힘만이 있고 정치는 없는 공허속에서 우리가 살고 있지만 이 모든 것들이 우리에게 인간다운 삶을 포기할 이유가 되지 못하며 정의와 진실을 단념하는 이유가 될 수 없다』고 말했다.
김추기경은 『부활절은 그리스도께서 우리와 영원히 함께 계시겠다는 약속의 축일』이라고 말하고 『우리가 그리스도의 부활을 믿을 때 참으로 인간이 변하고 사회가 변하며 이기주의와 죄악의 세상이 사랑과 진리와 정의로 가득찬 하느님 나라로 변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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