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정국, 어디로 가고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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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두 김씨에 의해 창당될 신당의 노선과 성격은 아직 불분명하다.
당내 온건파와 파별을 한 신당은 일단은 당내의 목소리를 하나로 하여 대여 투쟁을 강화할 것으로 예상된다. 야당의 자세가 경화된 이상 여의 대응전략이 강경해졌다해서 이상할 것은 없다.
벌써 민정당은 특별성명에서 『두 김씨가 신민당을 와해시킨 것은 합의개헌 노력을 말살하려는 기도』 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극한용어가 총동원되다시피 한 이 성명은 두 김씨와는 대화조차 않겠다는 시준도 했다.
앞으로 취할 여쪽의 「정치 결단」에 관심이 집중된 가운데 나온 이 성명은 신당이 개헌협상을 거부할 경우 개헌자체를 포기할 수도 있다는 완곡한 「경고」라는 분석마저 나오고 있다.
신당이 「선거혁명」을 전제로 전열를 정비한 것인지, 일부의 우려대로 「민중혁명」을 통한 정권쟁취를 시도할 지 아직은 알 수 없다. 마찬가지 이유에서 집권목이 정말 개헌을 포기하고 어떤「결단」을 준비하고있는지도 현재로선 알 길이 없다.
다만 확실한 것은 여야 어느 쪽도 일방 통행식의 자기 주장 관철로 시국을 풀 수는 없다는 사실이다.
엄밀하게 따지면 야당의 분열로 여야관계가 본질적으로 달라졌다고 보기는 어렵다. 신당을 만들기 위해 뛰쳐나온 세력이 야당의 다수파였던 이상 합의개헌이 어려운 사정은 1년 전이나 지금이나 비슷하다.
더구나 88년은 중요한 해다. 올림픽도 치러야하고 평화적 정권교체도 해야 한다. 그에 앞서 개헌도해야 하고, 민주화도 해야 한다는 것이 절대다수 국민의 여망이다. 그 과업이 역사적으로 얼마나 중요한지는 길게 설명할 필요도 없다.
이런 과업들은 길게 보면 이 나라의 먼 장래와 직결되는 문제들이다.
현재 정치적으로 지도적 위치에 있는 사람들이 깊이 성찰해야할 점은 바로 여기에 있다.
집권당이 집권을 유지하러들고, 야당이 정권을 잡으려 드는 것은 당연한 정치행위라는 것을 모르지 않는다. 정치인들보고 권력에의 집착을 버리라는 것은 무리한 주문이다.
그러나 어떤 경우 건 경쟁은 공정해야하고 무엇보다 주권자인 국민을 의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국민의 의식수준은 괄목할 만큼 높아졌다. 국민의식을 GNP 2백 달러 때의 수준으로 여기고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그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현재의 정치상황이 「화」보다는「전」목으로 기울고 있다는 사실은 누구나 알고 있다. 만약에 여야 어느 쪽이건 대화도, 협상도 거부할 생각이라면 어떤 말도 우이독경일수 밖에 없다.
아무리 상황이 비관적이긴 해도 아직 절망할 단계는 아니라고 믿고 싶다. 어느 전쟁에서건 평화가 오기전의 전투는 한층 치열해지는 법이다.
작금의 여야간 초강성 대결이 제발 그런 양상을 떠는 것이었으면 하는 기대를 걸어본다.
『두드리라, 그러면 열릴 것』이라 했다. 두드려 보려는 시늉조차 해보지 않고 대화나 안협을 거부하는 것은 국민여망을 저 배린 행위라는 비판을 받아 마땅하다.
시간은 촉박하고 상황은 초긴장상태다. 자세히 살펴보면 80년의 재판이 아닌가하는 우려마저 든다. 때문에 우리는 특히 두 김씨에게 그때의 우를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명분이나 원리원칙만을 앞세운 강경일변도의 투쟁방법으로 무엇을 성취할 수 있다는 말인가. 신당은 이점에 유념해서 보다 신축성 있고 탄력성을 떤 대여 전략을 천명해야 한다.
두 개의 기관차가 정면 층돌해서 파국을 맞는 불행한 사태가 다시 있어서는 안되겠기에 하는 말이다.
목전의 정치적 이해타산 때문에 국민 여망을 배반하는 일이 없도록 여야 정치인들에게 거듭 「대타협」으로 현재의 난국을 풀어주기를 당부해 마지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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