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님 말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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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공자가 주위사람들로부터 비난을 받은 일이 있었다. 모처럼 노나라의 벼슬자리에 올라 첫 정사를 폈는데 착하기로 소문난 소정묘라는 사람의 목을 친 것이다.
그 일이 있은지 사홀이 지나 자공이 물었다.
『사람들은 선생께서 실수하신 것이라고들 합니다』
공자는 얼굴색 한번 바꾸지 않고 대답했다.
『너 거기 좀 앉거라. 내가 그 연유를 얘기해 주마.
천하에는 큰 죄악이 다섯가지가 있다. 절도같은 것은 여기 죄목에 끼지도 않는다
공자가 말하는 천하의 다섯가지죄목이란 첫째 마음이 흉악하고 험한 것, 둘째 하는 짓이 편벽하고 고집스러운 것, 세째 거짓말을 하고 변명을 하는 것, 네째 되지 못한 일만 넓게 알고 기억하는 것, 다섯째 못된 일만 골라서 하며 자기 몸은 윤택한 체 하는 것.
바로 소정묘가 그런 사람이라는 것이다. 특히 자기집에 무리들을 모아다 당파를 이루고, 강한 모습을 보면 옳은 일은 반대하고 자기만 잘난체 한다.
공자는 그를 가차없이 갈라 버렸다.
하루는 충공이 공자에게 정치에 관해 물었다. 이때 공자가 대담한말이다.
『올바른 정치를 하려면 올바른 사람을 얻어야 한다. 올바른 사람을 얻으려면 자기 몸부터 옳은 일을 해야 하며 예로써 사람을 대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예법은 곧 정치의 근본이다』
공자는 이 말끝에 오륜과 지·인·용의 덕에 관해서도 얘기했다. 충공은 이 말을 듣고 나서, 어떻게 그런 일을 다 해낼 수 있겠느냐고 되물었다.
공자는 말했다.
『지혜가 있는 자는 배우기를 좋아하고, 어진 사람은 행하기에 힘쓰며, 용맹한 사람은 부끄러움을 안다』 이 세 가지를 알면 자기 몸을 닦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무슨 수로 이런 일들을 다 실천합니까?』
충공은 어이없다는 듯 질문을 그치지 않았다. 공자도 지치지 않고 대꾸해 주었다.
『…예가 아니면 움직이지 않는 것이 몸을 닦는 것이며. 고자질하는 말을 듣지 않고, 여색을 멀리하며 사욕을 천하게 여기고 덕을 귀하게 여기는 것이 어진 사람을 높이는 것입니다』
공자님 말씀이 길어졌지만, 이런 말들을 어찌 2천년전 케케묵은 잔소리라고 귀막을 수 있겠는가. 요즘 신민당의 분란을 보며 공자님 말씀의 한 구절이라도 실천하는 정치인이 있으면 세상은 한결 조용하리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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