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물화전 지상감상|오광수 <미술평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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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도상봉은 서양화 제1세대에 속하는 화가다. 대체로 이 세대의 화가들이 일찌기 화업을 포기하거나 화가로서 생애를 마친 경우에도 후년에 가서는 완숙한 경지를 이루지 못한 예가 많은데 반해 도상봉은 보기드물게 만성의 본보기를 남긴 화가라고 할 수 있다. 그의 생애를 통한 작품편력을 보면 심한 굴곡없이 꾸준하면서도 안정된 톤을 유지해왔음을 발견할 수 있으며, 그것이 만년에 이르러선 무르익어가는 경지를 보여주고 있음을 만나게 된다.
그가 초기에 주로 많이 다룬 것은 인물화라고 할 수 있으며 중반기엔 백자를 중심으로한 정물이 압도적으로 많아졌다가 만년엔 고궁을 비롯한 풍경쪽으로 경사되고 있는 모티브의 시대별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출가전』 (1953작·130㎝×97㎝)은 비교적 초기에 해당되는 작품. 혼례를 앞둔 첫 딸을 모델로 했다. 비교적 알려지지 않은 작품으로 보관상태도 좋을뿐 아니라 몇점 밖에없는 도상봉의 초기 대표작으로 꼽을만 하다. 잔잔하게 피워나간 붓질과 따스한 색감의 조화, 그리고 균형이 잡힌 구도 등 도상봉예술이 지니는 격조와 부드러움을 엿볼 수 있다.
호암갤러리서 3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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