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 대파 2단갑이 껌한통값"|20년래 최저…"파농사 망쳤다" 울상|운송비 못건져 내버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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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2㎏짜리 대파 1단 값이 껌 한통값도 안되는 70원.
산지 농민들은 이같이 맵고도 짠 파값 때문에 시름에 젖은채 파를 아예 밭에서 뽑지도 않고 썩이거나 내다팔기를 포기, 뽑아서 내팽개치기까지하고 있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에도 곳곳에 농민들이 운송비도 건질 수 없어 내버렸거나 팔리지 않은 파더미가 쌓여 썩어가고 있다.
지난해 가을 김장철 무우·배추값 폭락에 이어 또다시 불어닥친 파값파동으로 농민들은 한숨이다.
◇거래 = 4일 상오 2시,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도매시정. 부산 명지와 전남 진도에서 대파와 쪽파를 싣고 올라온 트럭 50여대가 줄을 이었지만 곳곳에 팔리지 않은 파더미가 쌓여있는 가운데 거래는 한산했다.
대파 상품 2㎏짜리 1단에 70원, 쪽파 상품 1천짜리 1단에 1백70원선.
지난해 이맘때에 비해 대파는 4분의 1, 쪽파는 3분의 1로 값이 떨어졌다.
4·5t트럭에 대파 6천단을 싣고 올라와 봤댔자 받는 값은 고작 40만원선. 트럭운임 13만원, 밭에서 파를 뽑아 묶고 차에 싣는 작업비 20만원, 가락동시장에서 파를 내리는데 1만4천원, 청소비 6천원 등 경비 35만원을 빼면 손에 쥐는 것은 종자값도 채 안되는 5만원선을 넘지 못한다. 이것도 그나마 물이 좋은 상품일 경우에만 가능하다.
조금만 물이 나빠도 대파의 경우 1단에 40∼50원선으로 값이 처지고, 아침까지 팔지 못하면 낮에는 다시 30원대로 뚝 떨어진다. 그나마 팔지 못하면 트럭운송비도 자신의 호주머니를 털어 주어야 할 형편이다.
가락동시장 중매인 김연순씨(53·여)는 『야채장사 20년에 파값이 이렇게 떨어진 것은 처음 본다』며 『일부 중매인들은 값이 계속 떨어져 할당제로 받는 수입이 적어 파를 취급하는 것을 꺼릴 정도』라고 말했다.
◇부산·경남 = 경남 김해군 가락면 봉림리 763 이채우씨(76)는 『1천2백평의 밭에 애써 가꾼 파 5트럭(총20t)분을 상인들에게 그냥 줬다』며 『경작비 60만원을 고스란히 손해봤다』고 한숨지었다.
이씨는 지난해 3월 파씨를 한되(2ℓ)에 4만원씩 주고 4되를 구입해 파종, 2개월후인 6월에 모종을 이식했다. 처음 파종때 남자인부 2명(품삯 2만원), 밭갈이 등 경운기 사용료 2만원, 밑거름비 등을 포함해 약25만원, 모종이식때도 밭갈이 5만원, 인건비 4만원이 들었다.
또 이식후 북주기작업 4회, 비료값 6만원 등 총 경작비는 자신의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최소한 60만원이상 들었다고 했다.
그러나 파값은 첫출하기인 지난해 10월부터 생산원가에도 밑도는 평당 4백∼5백원하던 것이 갈수록 내림세를 나타내 지난 1월부터는 평당 2백∼3백원정도로 떨어졌다가 최근에는 평당 1백∼2백원에도 사려는 사람이 나서지 않는다는 것.
때문에 이씨는 봄 무라도 심기위해 파상인에게 밭을 빨리 치워달라는 부탁을 하면서 공짜로 줬다는 것이다.
대단위 파재배단지인 부산시 명지동은 주민의 3분의 1이 파재배농가. 관내 6백72가구의 재배면적은 4백62h. 올해 모두 2만2천1백76t의 파를 생산했으나 아직 35%정도가 밭에 그대로 방치돼 있다.
이미 출하된 것들도 밭을 비우기위해 아예 공짜로 넘겼거나 평당 2백∼3백원씩 받고 넘겨주었다는 것이다.
◇진도 = 올해 대파 재배면적은 2천3백77h로 지난해보다 무려 1천1h가 늘었다. 작황 또한 매우 좋아 총생산량이 8만5천5백63t으로 지난해 3만4천9백17t에 비해 2.45배나 됐다.
이바람에 값이 크게 떨어져 지난해 밭에 세워둔채 평당 2천원을 호가하던 것이 올들어 1월20일 그 4분의 1인 5백원, 1월말에 3백50원, 2월10일에 3백원으로 계속 곤두박질하더니 요즘은 아예 가격조차 형성되지 않고 있는 형편.
지난해의 경우 4.5t트럭에 대파 한차를 실으면 대파값 1백만∼2백만원에 상차비 6만∼7만원을 따로 받았는데 올해에는 외지 상인들에게 거저 주면서도 상차비로 4만∼5만원밖에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농민들은 대파의 꽃대가 나오고 간작으로 심은 보리에 피해가일자 파를 뽑아내 농로변에 마구 버리고 있다.
9백평의 밭에 대파를 심어 4.5t트럭 2대분을 생산했다는 농민 김상면씨(30)는 『1월말만해도 천안시장에서 35만원을 받고 팔아 화물차 운임 13만원과 작업비 등을 빼고 8만원정도는 손에 쥐었는데, 이번에는 그나마 나서는 사람이 없어 경기도 중간상인에게 거저 뽑아가라고 했다』며 한숨지었다.
◇원인 = 전국적으로 재배면적이 2만4천5백ha로 크게 늘어난데다가 작황이 좋아 예년보다 수확량이 15∼20%정도 증가했기 때문이라는 분석.
파값이 85, 86년도에 평당 최고 7천∼8천원씩까지 치솟자 농민들이 보리대신 파를 심는 등 올해는 전반적으로 파재배면적이 크게 늘어났다는 것.
부산 명지주변 김해·진해 등 지역만 해도 예년에 비해 50여ha이상이 늘었다. 【이동사회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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