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조 궁중 풍속 연구』펴낸|국문학자 김용숙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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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조선조 궁중 여인의 한 많은 삶의 기록인 혜경궁 홍씨의 『한중로 연구』로 주목을 끌었던 국문학자 김용숙 박사 (64·숙명여대 문과 대학장) 가 이번에는 30년 연구와 노력의 결품으로 『조선조 궁중 풍속 연구』 (일지사간·국판 4백64페이지)를 펴냈다. 2백자 원고지 2천8백여장의 방대한 분량인 이 책은 궁중·궁중어·왕의침전·왕실의 혼속·궁중의 산속 및 무속·궁중복식·궁중에서 수요된 옷감·사실상의 여왕 (수렴청정의 주인공들)·궁중전기·인물 궁중사 총10장으로 구성되어있다.
『궁중풍속 연구에 들어선 지 꼭 30년만에 단행본을 펴내니 감회가 새롭습니다. 예부터 풍속이란 상풍하속의 준말로 궁중 예절이나 언행은 교화의 뜻이 담겼고, 민간은 이를 본받는다는 의미입니다. 이를 연구하다보니 새삼 예부터 이 나라를 떠받쳐온 힘이 여성·어머니에 있었음을 깨닫게 되더군요.
「본 것 본대로 두고, 들은 것 들은 대로 둔 채」말없이 온갖 고통을 인내하며 근검과 절제의 생활, 풍속·문화의 전수자로서의 옛 어머니의 삶을 오늘의 어머니와 비교할 때 많은 생각을하게 된다는 것. 그의 책은 창경궁 장주각을 드나들며 채집한 문헌 연구에 윤비를 비롯, 김명길·조하누 상궁 등 이제는 모두 타계한 마지막 궁중여인들의 증언을 토대로 집필한 「마지막 책」이 된다. 특별히 86년 여름 측량기까지 동원하여 사진 찍어 만든 원색의 동궐도 (창덕궁과 창경궁)를 붙인것도 자랑이다. 그는 멀지 않아 떠날 교단에서의 남은 시간을 『한국 여속사』집필 등에 바칠 것이라 한다. 『궁중어 사전 만들기 등 아직 갈 길은 먼데, 이미 날은 이울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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