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없는 「서울 사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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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반상회 안 연지가 1년이 넘었어요. 서로 만나 얘기라도 한 번 나눴으면 이런 비극은 없었을텐데…』
『이웃 사촌은 옛말이지요. 바로 옆집에 살면서도 감쪽같이 몰랐 읍니다』
『혼자 있으니 무섭고 쓸쓸하다며 자고 가면 안되겠느냐고 애원했을 때 거절한 것이 마음에 걸려요』
30일 하오, 피살된지 4O여일만에 자기 집 안방에서 발견된 서울 역촌동 장동순씨(44·여) 집 대문 앞.
이웃 주민 6명이 뒤늦게 몰려와 단절된 도시 생활 속의 비정 스런 세태를 개탄하고 있다. 『밤 낮 불이 켜져 있어 별일 없는 줄 알았는데…. 계속 불이 켜진 것을 이상하게 생각했어야지』
『이혼한 뒤 애들도 없고 혼자 살다보니 외로운 마음에 두문불출 하는 줄 알았지요』이웃 사촌이 40여일 동안이나 모습이 안보여도 누구하나 의문을 갖고 대문을 두드린 사람이 없었다.
신문 배달 소년만이 수금하러 세 번쯤 들렀다가 인기척이 없자 되돌아 갔을 뿐.
『옛날엔 이웃집 수저 숫자까지. 훤히 알고들 살았는데….남의 일엔 나몰라라하는 세태가 부른 비극입니다. 현장 수사를 위해 나온 형사가 허탈한 표정으로 내뱉는 말.
이웃 주민들은 하나 둘 씩 집으로 돌아갔다. 튼튼한 콘크리트 담장이 쳐진 집안으로 들어서며 『쾅』『쾅』 철문을 닫았다.
담장 위에 쳐진 철망.
사방에 굳게 잠긴 마음의 빗장이 안쓰러웠다. <박의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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