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권」…기대치높아 고심|노대표와 민정당 무엇을 어떻게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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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개헌정국 주도의 전권을 위임받은 노태우대표와 민정당이 앞으로 무엇을 어떻게 해나갈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대표 스스로는 28일광주회견에서 『끝까지 합의개헌을 위해 노력하고 곧 정국주도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밝혔지만 야당과의 합의개헌자체가 워낙 지난한데다 민정당이 「전권」 을 어느 선에서 수용·집행할지도 분명치않고, 노대표의 각오와 의지를 당장 가늠하기도 어려워 뭔가 「의욕속에 암중모색」하고있는 느낌이다.
○…노대표의 전권수임에 관한 언론의 대서특필을 가장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이 바로 노대표 자신과 핵심당직자들이라는 점이 주목을 끌고 있다.
노대표는 자신에게 부여된 전권이『대통령의 통치를 보필하는것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고 규정했고 대부분의 당직자들도 그것이 「후계구도의 가시화」로 해석되는 것을 매우 경계하고 있다.
이같은 분위기로 봐서 대통령의 위임이 개헌정국 돌파와 민정당의 정국주도를 위해 진일보한 계기를 제공한것은 틀림없으나 확대해석은 아직 시기상조라는것이 중론.
때문에 민정당사무처는 노대표의 지방나들이에 평소 하던 이상의 영접을 하지 못하도록 미리 요원을 보내 체크하는 조심성을 보였고 노대표 스스로도 자기의 역할에 대해 신중하고 낮은 목소리로 얘기하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이제부터는 노대표가 하기에 달렸다』고 지적, 노대표가 얼마나 적극적으로 움직이는지를 주시하는 형편이다.
이같은 환경속에서 노대표와 민정당이 야당을 협상테이블로 끌어내고 민주발전 조치와 민생정책 개발을 통해 지지기반을 확충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울 것인가는 쉽게짐작이 간다.
○…노대표의 실세화와 관련해 가장 주목을 끄는 민주화조치에 대해 민정당은 국민들의 기대치는 높으나 실제제약요인이 많아 제대로 여망에 부응할수없다는 정황 판단으로 고심하고 있다.
민주화조치중 가장 먼저 내놓을수 있다는 언론문제만 해도 언론기본법을 폐지하면 그에 대체할 또 다른 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정부측 주장과 현실적 필요성 때문에 일부 독소조항을 삭제, 또는 완화하는 선에서 당정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는 실정.
또 실질문제상 법개폐만으론 언론자유가 해결되는것도 아니어서 운용상의 문제가 핵심사항인데 이 문제는 정부내의 여러 미묘한 사정, 정부와 언론간의 관계등으로 하루아침에 묘방이 나올수 없는게 아니냐고 민정당측은 보고있다.
그래서 관계자들은 언론개선방안을 내놓는다해도 국민들은 여전히 미흡하게 느낄수밖에 없지 않느냐고 솔직히 토로.
구속자 석방과 사면·복권에대해서도 일반이 생각하는것과는 달리 민정당이 접근하기에 가장 어러운 문제라고 인식하고 있다.
정치적으로 문제가 되는 사면·복권 대상자는 18명인데 김대중씨 이외에는 언제나 할수있는 범주에 속하나 김씨를 뺀 사면·복권은 의미를 크게 부여받지도 못하는게 아니냐는게 관계자들의 한결같은 얘기.
한 고위당직자는 건대사건으로 한때 시국사범이 2천명 가까이 됐으나 최근 1천2백명선으로 줄어들었다고 전제, 정부가 알게모르게 선처하고 있는데 이 점은 평가받지 못하고 단지 어느날하루 교도소철문을 일제히 열어 모두 내놓아야 한다고 생각하는게 문제라고 지적.
정부로서는 행형 정책상으로도 그렇게는 도저히 할수없고 또 구속자중에는 석방할수 없는 죄질의 대상자(명백한 용공 또는 과격한 질서파괴혐의등)도 있는게 사실이어서 당이 정치적 판단으로 정부에 단선적으로 어떤 요구를 할수있는 입장이 아니라고 주장한다. 따라서 여당의 선민주화 조치의 한계때문에 국민들의 호응을 어느정도 얻을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당직자들이 거의 회의적 자세.
○…노대표가 5월의 국회직임기만료를 계기로한 요직개편에 어느정도 영향을 미칠지와 무거워진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별도의 참모기구를 만들지도 관심.
많은 사람들이 이번의 요직개편에서는 노대표의 의중이 종전보다 훨씬 더 반영되지 않겠느냐고 보면서 노대표가 부여받은 재량권의 범위를 파악하는 하나의 계기로 보고있다.
그러나「인사는 총재의 고유권한」이라는 점에서 통상적인 추천이상의 역할을 하지않을것으로 보는 견해도많다.
더우기 국회상임위원장은△논공행상적 성격이 짙고△경력보강의 측면이 강하기 때문에 여대표의 라인업구성과는 크게 관련이 없을것이라는 분석이다. 이에 비해 시·도 지부위원장은 대국민홍보와 총선에 대비한 지역사령관이라는 점에서 노대표가 의중에 둔 인물을 쓸수도 있을것으로 보인다.
특히 시·도지부위원장 인선은 바로 중집위의 개편과 연결돼 주목거리다.
여대표 참모진의 확대개편론도 부쩍나오고 있지만 아직은 여대표의 성격이나 조심스런 입지로봐 현실화될 가능성은 희박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참모진이라면△국내정치 현홍주·최병렬△국제정치현홍주·김학준△경제 김종인의원등이 꼽히고 있으나 국책연구소팀의 활용이라고 보는것이 옳으며 별도의 노대표 인맥이나 개인참모역할을 하는사람은 거의 없다.
○…조심스런 분위기속에서도 당정책부서는 새로운 면모를 조금씩 보이는것 같다.
노대표는 청와대 회동 다음날 정책관계자들을 불러 따끔한 질책과 함께 『앞으로는 당의 정치적 판단과 고려가정부의 단순한 행정적 판단과 분석보다 우위에 있어야한다』고 강조했다.
이미 농어촌 부채경감대책결정 과정에서 당우위를 과시했던 민정당은 교사복지대책·근로자주거안정·도시영세민문제 등에서 과감한 정책을 펼칠것을 예고하고 있다.
일요일인 29일에도 민정당은 서산앞바다 벙커C유 오염대책을 마련하기 위한 당정모임을 갖는등 전례없는 신속함을 보여주고 있다.
민정당은 또 중요정책분야는 노대표가 직접 발표함으로써 중량감을 주고 정책결정과정을 가급적 공개함으로써 당이 국민을 위해 애쓰는 모습을 자연스럽게 부각시킨다는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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