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때문에 '불화'…돈 없어서 '망설'

미주중앙

입력

미국 내 이혼율이 30여 년 이래 가장 낮아졌다.

미국 이혼율 30년 이래 최저치
1980년 23%→2015년 17% 떨어져
'차라리 동거'…상담 받아보자 늘어

전국가정결혼리서치센터(NCFMR)와 보울링그린대학(BGSU)이 공동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 내에서 이혼을 한 여성은 총 111만579명으로 이혼율은 16.9%(2015년)다.

이는 이혼율이 가장 높았던 1980년(22.6%)과 비교했을 때 가장 낮은 수치다.

NCFMR 리디아 앤더슨 박사는 "주별로 분석해봐도 2014년(17.6%)과 비교했을 때 무려 30개 주의 이혼율이 감소했다"며 "이는 이혼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여러 통계를 뒤집는 것으로 주목할 만한 결과"라고 말했다.

주별로 살펴보면 이혼율이 가장 낮은 주는 하와이(11.1%)였다.

이어 위스콘신(12.4%), 로드 아일랜드(12.6%), 델라웨어·뉴저지(각각 12.9%), 노스다코타(13.3%), 캘리포니아(14.4%) 순이다.

반면, 워싱턴DC(29.9%), 와이오밍(27.9%), 네바다(25.7%), 아칸소(25.3%), 알래스카(22.7%) 등은 이혼율이 가장 높았다.

이혼율이 감소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적 이유로 이혼을 꺼린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LK법률그룹 제이미 김 변호사는 "아무래도 이혼에 대해 법률 상담을 해보면 요즘은 경제적인 문제가 주요 원인이자 이슈"라며 "돈 문제로 인해 부부간 불화도 생기지만, 정작 이혼을 결심하려고 해도 '홀로서기'를 하려면 재정적으로 힘에 부칠 수 있어 이혼을 망설이는 사람도 많다"고 말했다.

전통적인 결혼 제도 대신 남녀간의 다양한 결합 방식이 대안으로 자리 잡은 게 이혼율 감소로 이어진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기독교 상담 단체 '가정을 세우는 사람들' 금정진 박사는 "긍정적인 현상은 아니지만 요즘은 결혼 전 동거 비율이 상당히 높아졌다. 일단 함께 살아본 뒤 결정을 하겠다는 것"이라며 "그렇다 보니 어느 정도 확신을 갖고 검증이 된 상태에서 결혼을 하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이혼하는 사례가 줄어들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인가정상담소 폴 윤 카운슬러는 "한인사회의 경우 최근 5~10여 년 사이 상담에 대한 인식이 많이 바뀌어서 이제는 부부간의 문제에 대해 전문적인 상담을 받는 게 보편화됐다"며 "오히려 문제가 있어서라기보다 건강한 삶을 위해 예방 차원에서 상담을 받으려는 인식도 있다. 각종 상담 프로그램으로 도움도 받고 커뮤니케이션의 중요성이 대두되면서 좀 더 심사숙고하다 보니 이혼이 줄어들고 있는 추세"라고 전했다.

특히, 한인사회의 경우 교회 등 종교기관의 노력도 이혼율을 낮추는 데 한몫하고 있다는 의견도 있다.

데이브 노 목사(어바인)는 "이혼율이 높아지자 한동안 가정 사역이나 예비부부를 대상으로 결혼 전 상담 프로그램 등을 실시하는 교회가 많아졌다"며 "특히 기독교와 밀접한 한인 이민사회 특성상 교회들의 이런 노력도 이혼을 방지하는 데 어느 정도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지난해 결혼 비율은 32.3%로 증가했다. 이는 2014년(31.9%)과 비교해 늘었지만 1980년대 결혼율(44%)에 비하면 아직도 낮은 편이다.

장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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