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양마 긴장 완화에 이니셔티브 ―「총리회담」 제의가 의미하는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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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강대국들간의 빈번한 논의가 관심을 끄는 가운데 우리측이 17일 기존회당보다 일층 격상된 「총리회담」이라는 포괄적 고위회담을 제의해 귀추가 주목된다.
특히·「슐츠」미국무장관의 중공방문에 이은 중공당대외연락부장의 평양방문과 16, 17일 열린 미소외무차관회담등 주변강대국들의 잦은 한반도논의가 북한에 대해 개방압력이 되고있다는 점에서 북한의 반응이 더욱 관심을 끈다.
이런 점에서 이번 우리측의 제의는 미국의 동북아균형유지정책과 소련의 신아시아정책이 맞물려 전개되는 한반도 긴장완화 무드에 이니셔티브를 갖고 대처하겠다는 우리측의 적극적인 의도가 담겨있다 할수있다.
북한측은 지난해1월 우리의 연례적인 팀 스피리트훈련을 구실로 IOC주관으로 이루어지는 남북체육회담을 제외하고는 기존의 모든 대화 채널을 닫아왔었다.
그러다가 지난해 12월 김일성의 이른바 시정연설을 통해 남북한간의 정치·군사회담이라는 실현 불가능한 제의를 해왔다.
올들어서도 지난1월11일 그들의 방송매체를 통해 정치·군사회담의 개최를 다시 제의했으며 1월30일에는 정무원총리 이량모와 인민무력부장 오진자명의로 학신영국무총리와 이기백국방장관 앞으로 서한을 보내 빠른 시일내에 정치·군사회담을 갖자고 재제의해 왔다.
또 북한측은 지난3일 노총리와 이국방장관 앞으로 다시 서한을 보내 정치·군사회담을 개최하면 금강산댐문제를 포함한 기존대화도 병행할수 있을것 이라고 제의했던 것이다.
그동안 기존대화의 재개를 철저히 외면해오던 북한이 상호신뢰 분위기의 바탕 없이는 쉽게 실마리를 찾기 어려운 정치·군사회담을 제의하면서 이 회담에 응하면 기존대화와 금강산댐문제를 논의할 수 있다고 나온것은 명백히 모순된 태도가 아닐 수 없다.
우리측이 요구하는 수자원 회담및 기존 대화의 재개를 정치·군사회담과 연계시킴으로써 저들이 정작 중시하는 것은 정치·군사회담이라는 것을 명백히하고 아울러 새로운 제의를 계속 남발함으로써 대화 의지가 있는 것처럼 위장하려는 측면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러나 정치·군사회담에 비해서는 남북간에 훨씬 접근하기 쉬운 적십자 회담이나 경제회담에도 응하지 않으면서 고도의 신뢰바탕과 대화축적이 없으면 대화가 어려운 정치·군사회담부터 하자는 것은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다.
우리측은 이같은 북한측의 모순된 태도에도 불구하고 남북간의 긴장완화와 대화의 기회를 살리기위해 북한측 제의의 수준을 넘는 총리회담을 제의하게 된 것으로 풀이된다.
총리회담은 그 수준으로 보아 남북한간의 모든 현안을 포괄적으로 논의할수있는 대화의 장이되고 그런 점에서 북한측 제의를 폭넓게 수용한 것이라고 볼수있다.
물론 우리측은 남북한당국최고책임자회담이 가장 효과적이라는 기본입장에는 변함이 없으며 총리회담이라는 격상된 대화를 제의한 것도 최고책임자회담의 실현을 보다 촉진하자는 뜻을 담고있는 것이다.
이같은 총리회담이 열리기 위해서는 남북적회담과 남북경제회담등 기존대화를 재개하고 당장 급한 현안이 되고있는 남북수자원회담을 열어 저들이 대화할 의사가 있음을 확인하고 문제를 논의할수있는 신뢰바탕을 조성하자는 것이 우리측 제안이다.
우리측이 이처럼 신뢰바탕을 요구하는 것은 북한측이 일단 대화의 테이블에 나왔다가도 그들의 목적달성이 여의치 못할 경우 진행중인 대화를 중단하고 그 책임을 상대에게 전가시킨 전례를 수없이 보아왔기 때문이다.
북한측은 남북대화를 그들의 제한적 목적을 위해 일방적으로 제의하고 중단하는 일을 되풀이해 왔으며 그들이 노리는 대화의 목적이란 것도 위장 평화제스처나 선부전차원이란 것도 예외 없이 확인된 일이었다.
이러한 그들의 전력을 볼때 북측의 대화의지는 새로운 형태의 제의보다 우선 진지성과 신뢰성을 입증해야 할 것이다.
만약 북한측이 정말 진지성과 신뢰성이 있다면 이번에 우리측이 제의한 총리회담과 그에앞선 기존 대화재개및 수자원회담에 응하지 못할 이유가 없을 것이다.
이제 북한도 더이상 폐쇄와 긴장고조의 외길만 추구해서는 존립하기 어렵다는 것이 많은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국제여건이나 내부의 경제사정등으로 보아 북한에 절박한 대화수요가 있다는 점에서 이번 우리측 제의에 대한 북한측의 반응이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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