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채권 앞으로…발길 돌리는 글로벌 금융 큰손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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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동치던 채권시장을 떠났던 대형 투자자들이 다시 돌아오고 있다. 트럼플레이션(트럼프 당선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가 불러온 채권시장의 매도세가 과하다는 분석과 함께 최근 수익률이 높아진 회사채 시장으로 발걸음을 돌리는 대형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2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미국 대선 이후 글로벌 채권시장은 급락했다. 도널드 트럼프 후보가 당선된 후 트럼플레이션 전망에 채권금리가 폭등(채권가격 폭락)했기 때문이다. 지난 8일 이후 미국 국채금리(10년물)는 1.85%에서 2.35%(18일)까지 올랐다. 저금리 상황에서 채권운용으로 수익을 챙겼던 증권사·자산운용사 등 대형 투자가들은 큰 타격을 입었다. FT에 따르면 대선 이후 약 10일 동안 채권 시장에서 글로벌 투자자가 손실을 본 금액은 1조5000억 달러에 달한다.

트럼프 당선 후 채권시장 급락
“하락 폭 지나치다” 재투자 준비

그러나 일부 대형 투자자들은 최근 채권가격 하락이 너무 지나쳤다는 점에 베팅해 다시 채권시장으로 돌아오고 있다. 이같은 움직임은 특히 미국 회사채 시장에서 두드러지고 있다. 대형자산운영사인 이튼 밴스의 에디 퍼킨 최고투자책임자(CIO)는 “트럼프 당선 이후 투자자는 나중에 벌어질 혼란을 이용하기에 좋은 시기를 맞았다”라며 급격한 매도세를 보인 채권시장이 언제라도 매수세로 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신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군드라흐 더블라인 최고경영자(CEO)도 “10년물 금리가 2.35%까지 오르면 매수세가 재개될 것으로 전망한다”라며 “벤치마크인 미국 국채 가격이 떨어진 것을 이용해 채권 보유를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회사채를 발행하는 기업도 늘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회사 S&P의 글로벌마켓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정크 수준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대선 이후 50억 달러가 넘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회사채는 수익률이 높기 때문에 국채 금리가 뛰고 채권가격이 하락하는 환경에서도 완충 역할을 할 수 있다”라며 “회사채가 금리가 오르는 환경에서 상대적으로 성공적인 투자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임채연 기자 yamfl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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