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게 없는데 왜 몰아붙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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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의원들로부터 서명을 받고 세를 과시하는게 무얼의미하는 것인지 잘 알 것 아니요. 좀더 충분한 시간을 갖고 생각을 해 봐야겠소』
이민우신민당총재는 14일 이른아침 자택을 방문한 보도진과 「삼양동 간담회」를 갖고 개헌노선을 둘러싼 당내분에 대한 자신의 입장을 털어놓았다.
이총재는 전날 확대간부회의에서 『2, 3일내로 두김씨를 만나겠다』고 약속한 것으로 김태룡대변인이 발표한 것과는 달리 『만나게 될는지 모른다. 내가 생각해 본다고 했지 만나겠다고는 안했다』고 부인하고는 『아직 모든것이 해결되기에는 이르다』고 말해 금명간 수습을 위한 두김씨와의 회동은 없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이총재는 당내싸움이 피곤한 듯 다소 맥이 풀린 표정이었으나 두김씨진영의 서명작업 대목에선 버럭 역정을 내는 등 불쾌한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기자회견을 먼저 하겠습니까, 두김씨와의 회동이 먼저입니까.
『한쪽에선 만나라고 하지만 당헌에 있는 지구당 개편대회에 참석을 안한다고 하고 서명하는 그런 상황속에서 만나면 뭘 어떻게 해야될지 상당히 생각해봐야겠어. 내 심경을 밝히는것도 좀더 시간이 흘러야할 것 같아. 나는 지금 꿈을 꾸는 심정이야. 내 소신대로 정무회의·확대간부회의등에서 재확인까지 하지 않았소. 틀린게 아무것도 없잖아 (이때 비서를 시켜 정무회의 결의문을 내보여주며) 그런데 왜들 몰아붙이는지 이해할 수 없어. 내 소신은 변화돼서도 안되고 변화가 있어서도 안되는거요』
-서로 이견이 없다면 만나 해결하는 것이 아닙니까.
『더이상 얘기 안하는게 좋겠어. 나는 욕심없는 사람이요. 이번 서명과정을 보더라도 내사람은 한명도 없지 않소. 나도 정치하는 사람으로 욕심이 있었다면 내 계보도 만들었을 거요.
그동안 주변에서 계보운운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안 만들었어. 오직 이 시대 민주주의를 위해 진력하다 민주주의의 장에 이름 석자 남기겠다는 것 이외엔 아무것도 없어요. 그런데 무엇때문에 내가 생각하는 것과 다른 방향에서 몰아붙이는지….내가 덕이 없는 사람이요. 남을 비난할 필요도 없고…』
-어제 확대간부회의에서 두 김씨를 2∼3일내 만나겠다고 하지 않았읍니까.『만날는지 모른다고 내가 생각해 본다고 했지. 언제 만나겠다고 했나 (벌컥 역정). 만나서 좋은 결과를 가져올 때 효과가 있는 것이지 아무 효과가 없다면 만나는게 오히려 악화되는 것이요』
-사태진전이 어떻게 되리라고 보십니까.
『여러분들이 판단해요. 지금 의원들로부터 서명을 받고 세를 과시하는게 무얼 의미하는 것인지 여러분들이 잘 알 것 아니요.』
-두 김씨가 개헌노선에 차이가 없으면서도 세를 과시하는 이유를 무엇이라고 생각하십니까.
『글쎄….당권이라는 것도 지금이 3월중반으로 곧 있으면 끝나는데. 2년이나 지냈으면서 두달반을 못참겠는지. 이번에 과시했듯 그렇게 세력이 있는데 초조할게 뭐있어. 경쟁하자는 것도 아니고. 지렁이도 밟으면 꿈틀한다고 실세라는게 뭐요. 아무리 관리인이라지만 관리인이든, 자기들이 만들어줬든 형식은 투표에 의해 당선된 사람 아닙니까』
-해결방안은 없읍니까.『글세, 나도 생각해 봐야겠어. 임시전당대회를 열어 세력없는 사람을 불신임하면 끝나는 것 아닌가』
-상당히 서운하신 모양이군요.
『정치란게 다 그런 것 아니요. 그러나 누가 됐든 진실을 갖고 진실한 태도를 실천에 옮기면 믿고 따르는 거요. 그분 (김고문을 지칭한 듯) 생각이 어떤 것인지 갈 모르겠어. 서독을 방문했을 때 체제정비를 한다고도 하고… 정말 잘 모르겠어』
-언제쯤 만나실 겁니까.『왜 자꾸 물어. 좀 내버려둬요』 <허남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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