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진 학교|정희경<현대교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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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개학식이다, 입학식이다 해서 두루 식전을 갖춰야할 우리의 학교 풍습을 생각하면 개학시즌에는 좀 어울리지 않는 날씨다. 따뜻하고 훈훈하면서도 여러모로 뜻이 담겨져야 할 식전을 베풀만한 실내시설을 갖추지 못한 대부분의 우리네 각급 학교에서의 개학식·입학식·졸업식 등 식전은 자칫 어수선하고 때로는 을씨년스럽게 치러지기 쉽다.
짐짓 남의 나라의 경우를 생각하게 된다. 초여름의 싱그럽고 아름다운 초저녁에 넓은 스타디움에서 펼쳐지는 졸업식이나 이른 봄꽃들이 너풀너풀 피어오르고 훈기가 천지를 감도는4월의 입학식. 자못 느긋하고 환상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새로운 기대와 희망으로 눈망울이 빛나는 신입생들에게 질퍽거리는 해동기의 운동장과 음습하고 쌀쌀한 공기와 바람, 그리고 어수선한 가운데 지루하게 진행되는 식순등 우리의 현실에 문제가 있지 않을까 싶다.
매년 이맘때가 되면 학교는 열리는데 열리지 않는 사람들의 마음, 특히 학생들의 마음이 안쓰럽게 여겨지곤 한다. 사람이란 자연과 주어전 환경의 영향을 무던히도 받게 마련인데 학교의 시작이 여러가지로 움츠러들게 하는 조건하에서 시작되는 것도 한번쯤은 짚고 넘어가야 할 일이다.
현대는 열려진 상태를 선호한다. 열려진 마음, 열려진 대화, 열려진 사회, 열려진 국제관계 등 개방성을 선호하는 현대와 현대인의 심정을 얼마든지 열거할 수 있다.
이제는 학교도 지역사회와의 관계를 개방적으로 모색해야한다는 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서울시 교육위원회는 그러한 열려진 학교의 상태를 「사회의 학교화」라 하여 학교의 새로운 존재양식을 모색하는 캠페인을 전개한다고 한다.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보다 좋은 학교생활을 보장해 주기 위해 지역사회 안에 담겨진 인적·물적 자원을 개방적으로 활용해야 하고 학교의 자원이 지역사회발전과의 조화에 쓰여지도록 그렇게 열려있어야겠다는 시대적 요청에 부응코자 하는 움직임인 것으로 이해된다.
사실 우리네 학교는 언제부터인지 지역사회와는 동떨어지고 폐쇄되고 고립되어버린 관계를 가져왔던게 사실이다. 심지어 학부모의 학교 출입까지도 금기로 여겨지면서 학교는 자꾸만 외토리가 되어왔었다.
이제는 정말 열려진 학교, 그리고 열려진 교사-학부모 관계, 교사-학생관계가 회복되어야겠다.
그러자면 개학의 계절부터 부드럽고 아름답고 흐뭇한 분위기가 학교주변에서 풍겨날 수 있는 계절로 바꾸는 등 대수롭게 여기지 않고 넘어가는 극히 작은 일들에 마음을 써야 한다. 훈훈한 학교, 미더운 학교, 재미있는 학교가 배우고자하는 학생들의 마음을 열게 해주는 학교가 되어야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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