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북한접촉 잦아 졌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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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구라나리」(창성정) 일본외상은 당초 12일로 예정됐던 미국방문에서 「슐츠」 미국무장관과 만나 대북한정책에 관한 일본의 입장을 설명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회일정으로 그의 방미계획이 취소되어 일본의 대북한 접근을 위한 탐색전은 일단 수면하로 들어간 듯하다.
일본이 북한에 대해 취하고 있는 이른바 3원칙은 오래전부터 매우 유연하게 적용돼 왔다. ①북한과의 교류는 민간에 한다고 ②파티등 외교의례이상의 접촉은 하지 않으며 ③교류의 내용도 비정치적인 것에 한한다는 테두리도 「인도적인 문제」를 이유로 북한과 외교접촉을 벌임으로써 한계를 벗어났다.
최근 김만철씨 망명사건으로 후지산마루 선원의 석방교섭이 난관에 봉착하자 일본은 「특사」를 북한에 파견하는 문제도 검토하고있다.
북한은 김만철씨 가족의 망명처리를 둘러싸고 일본을 통렬히 비난하면서도 가지가지명목의 대표단을 끊임없이 일본에 파견하고 있어 일본과 줄을 끊으려는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북한이 최근에 일본에 파견한 경제기술대표단은 10여일동안 체일하면서 일본의 자본과 기술도입 가능성을 타진하고 돌아갔다.
작년에는 일조우호친선협회, 일조의원연맹, 일조무역회, 일조무역결제협의회, 일본의 동아시아 무역연구회등이 상호간 왕래를 거듭했다.
또 작년 상반기때는 일본의상이 소련외상을 통해 남북대화 재개에 협력을 요청하는 메시지를 북한에 보낸 것으로 알려지는 등 한반도 정세완화에 일본이 「공헌」하고있는 측면을 과시하고 다른 한편으로 대북한 접근루트를 탐색했다.
북한은 소련을 비롯한 공산권의 개방경제물결에 크게 흔들리고 있다.
작년 10월 김일성이 직접모스크바를 방문, 북한경제의 소생책을 협의했으나 빈손으로 돌아왔다. 경제가 바닥권에 있는 북한은 김만철씨의 망명처리에 대한 불쾌한 감정을 누르고 일본에 추파를 보내지 않을 수 없는 어려운 처지에 있다.
북한은 일본에 대해 기술제휴와 합작투자를 해줄 것과 일본기업의 대북한수출을 추진하기위해 수출보험·가입을 재개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상당수의 조총련계 상공인들은 이미 북한에 투자를 개시해 간접적으로 일본의 기술 자본이 북한에 흘러 들어가고 있다.
북한에 대해 일본이 협력한다면 이것은 북한의 경직된 체질을 변혁시키는 유효한 수단이라고 일본 정부일각에서는 주장하고 있다.
엔고 불황을 겪고있는 일본기업들은 북한이 당장 외채상환능력을 갖지 못한다 하더라도 장래시장으로 매력을 느끼고 있는 측면이 있다.
「직후정치의 총결산」을 기치로 내건 「나카소네」수상은 대북한 접근루트를 뚫어 경제에서 외교부문으로 접촉을 확대시키려는 야심을 가지고 있으며, 미국의 대북한정책완화가 그 시기를 예상보다 앞당겨주는 촉매로 이용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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