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목적 연구용 원자로 세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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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과기처는 국내에서 처음으로 다목적연구용 원자로를 건설키로 하고 3월부터 상세 설계를 시작했다. 우리 나라는 지금까지 원자력발전소건설에서 외국기술을 도입한 것은 물론 현재 있는 연구용 원자로도 기기의 대부분을 외국에서 도입했었다. 그러나 앞으로 발전용 핵연료를 국산화하는데 이어 연구용 원자로를 국산기술로 건조함으로써 원자력 자립에 한 걸음 다가서게 됐다.
이 연구용 원자로는 30메거W(3만㎾)급으로 상당히 다목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것.
현재 한국에너지연구소가 보유하고 있는 연구용 원자로 트리거마크-Ⅱ(2백50㎾), 트리거마크-Ⅲ(2메거W)은 각각62년, 72년에 미국제너럴아토믹 사로부터 상당부분의 기자재를 들여와 건조됐다.
이번 건설되는 연구용 원자로는 지난해 초∼금년 2월에 에너지 연구소가 기본설계를 끝내고 오는10월까지 한국전력기술주식회사가 상세 설계를 완성, 11월초 건조를 시작, 90년 초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한국에너지연구소 구내에 세워지며 사업비는 5백억원.
원자로에 들어가는 기기의 대부분도 국내업체로부터 발주하며 토목공사·설치공사 등도 국내기술로 진행할 예정이어서 앞으로의 원전기술개발, 원자력안전성 문제 등을 가늠하는 시금석이 될 것 같다.
다만 완공 후에 캐나다원자력공사(AECL)가 기술검정을 해서 서로간의 기술을 비교 검토할 계획이다.
이처럼 국산연구용 원자로개발을 서두르는 이유는 이 원자로를 몇 기나 보유했나가 그 나라의 원자력수준을 평가할 만큼 원자력발전의 기초가 되기 때문. 특히 발전용 핵연료 생산공장을 중수노형(월성형)의 경우 1백t생산 규모로 86∼87년에, 경수노형(고리형)은 2백t규모로 86∼88년에 건설할 계획이어서 국산 핵연료 개량을 위해 연구용 원자로가 절대 필요하다.
기존의 연구용 원자로는 중성자의 밀도가 낮아 핵연료성능시험을 할 수 없으나 새로 건조되는 30메거W급 원자로는 핵연료로 재료 성능시험이 가능하다.
또 방사성동위원소를 생산해 의학치료용 등에 사용하고 고 순도의 규소반도체를 생산, 수출하며 물성분석 등을 통해 핵연료의 불순물을 가려낼 수 있다.
특히 원자로를 가동하는데서 나오는 폐열을 냉·난방용으로 이용할 수 있고 중성자의 방사선사진술을 통해 비파괴검사방법의 개선을 모색할 수 있는 등 다목적으로 이용하게 된다.
과기처는 내년 국내업체에 기기발주를 끝내고 89년엔 에너지연구소 내에 별도건물을 지어 연구장비 등을 갖출 예정.
과기처는 이 원자로 건조에 이어 90년대 중반에 발전용 원자로를 국내기술로 설계하고 2000년대 초에 신형원자로를 개발할 계획을 갖고 있다.
연구용 원자로는 일본이 20여기를 갖춘 것을 비롯, 대만이 6기, 인도5기, 아르헨티나 4기, 브라질이 3기 등을 보유하고 있어 다른 중진국에 비해 우리가 뒤진 편이다.
대만의 경우는 청화대학에 소형연구용 원자로를 2기나 보유하고 있어 대학연구에서 우리보다 앞선 느낌이다.
우리 나라도 몇 개 대학에 소형 연구용 원자로를 갖추는 것이 원자력공학발전을 위해 바람직하다고 과기처 관계자는 밝혔다.
미국·프랑스·캐나다 등 구미선진국들은 원자로기술을 수출하는 단계에 있고 일본도자체제작은 물론 수출을 하며 대만은 자체 제작수준에와 있다.
과기처 당국자는 좀더 경험을 축적하면 2000년대 초에 연구용 원자로 기술의 수출도 가능하며 특히 자체제작에 따른 방사능 오염 등 안전성 문제에 최대의 역점을 두겠다고 밝혔다. <김광섭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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