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는 인체의 정보통|김병국 교수(서울대 의대·혈액종양내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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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어떤 병에 걸리면 피가 나빠서 그렇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피가 나빠서 병에 걸린 것이 아니라 병에 걸렸기 때문에 혈액의 조성이 바뀐 것이다. 그래서 피를 조사하는 것은 어떤 다른 장기를 떼어 검사하는 것보다 간편하고 안전하며 환자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많은 체내 정보를 얻을 수 있기 때문에 혈액검사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 같은 점에서 혈액을 건강하게 유지한다는 말은 몸 전체의 건강상태를 좋게 한다는 것과 같은 말이 된다.
그러나 좁은 의미에서 혈액학적 건강에 국한시킨다면 먼저 알콜·흡연·공해·약물 등이 혈액에 해를 미친다.
과음은 장출혈·간기능 장애 및 혈액생성에 필요한 염산대사장애 등을 일으켜 빈혈·혈소판감소가 초래된다.
과다한 흡연이나 스트레스는 혈색소를 상승시키고 혈소판의 체내응집이 촉진되어 뇌혈전증 등이 유발될 수도 있다.
거의 모든 약물도 재생불량성 빈혈·백혈병·혈소판감소성 자반증·백혈구감소증은 물론 출혈성 질환을 초래할 수 있다.
과거와는 달리 철분이 함유된 무쇠 솥이나 식기가 플래스틱이나 전기밥솥으로 대치됐고 철분 흡수원이 거의 육류로 국한된 지금의 식생활, 거기다 여성들은 남자보다 철분 요구량이 2∼3배나 많은데도 잘못된 미용식의 개념으로 채식만 하다보니 철 결핍성 빈혈이 늘어나고 있다.
실제로 우리 나라 가임부여성의 55%가 철분이 부족하며 이 가운데 3분의1은 치료를 요하는 철 결핍성 빈혈이다.
몸매만 생각했지 영양소의 불균형은 생각지 않은 탓이다.
적혈구의 구성분은 거의 모든 영양소가 관여하므로 빈혈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균형된 식사가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따라서 체중조절을 한 담시고 부적절한 영양섭취가 계속되면 빈혈이 올 수밖에 없는 것이며 특히 임신중에는 철분이나 염산이 풍부한 시금치·계란 등을 비롯해 고른 영양섭취에 유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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