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산된 전략인가 원론적 발언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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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민정당의 노태우대표위원이 산일 신민당의 내분과 관련, 「이민우구상」의 적극 지원을 표명함으로써 주목되고 있다.
노대표의 발언은 야당내 진통을 「기대 반, 우려 반」의 시각에서 관만중인 당내 분위기에서 나왔다는 점에서 댕내외에 민감하고도 미묘한 반응을 촉발시키고 있다.
노대표의 발언이 과연 고도로 계산된 여권의 의중인지, 아니면 당내에 팽배한 이민우구상 지지 분위기를 원론적으로 대변한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민정당이 기본적으로 야권내 노선 몇 당권 투쟁을 자기측에 유리한 요소로 보아온 것은 사실이다.
민정당은 그러나 △이신민당총재가 한번 주저앉은 전력이 있고 △이총재의 당내 지지세력이 미약한 실정을 감안해 야권 내 사태발전을 신중히 관망하면서 대응전략을 수립한다는 방침을 9일 확대당직자 회의에서도 확인했다.
그럼에도 노대표는 △이총재의 재임 중 개헌을 매듭 짓기 바라며 △따라서 이번에는 지난번처럼 부기하지 않고 민주화 조치를 취해 신민당내 협상파의 양내 타협발판을 마련하겠다고 적극자세로 나왔다.
이 같은 사실이 보도되자 이춘구사무총장 등 당직자들은 물론 의원들은 모종의 전략변경이 있은 것인지에 의아심을 품고 노대표에게 진의를 탐문했다.
노대표는 이에 자신의 진의는 일부 보도된 것처럼 확대해석 될게 없는 지극히 원론적인 의사표명 일 뿐 어떤 변화가 있었던 건 아니라고 해명했다는 후문이다.
당직자들과 의원들이 학대표의발언에 한마디로 『글쎄…』라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진의탐색 결과 「원론성」으로 일단 낙착되는 것 같은 이면에는 개현정국과 관련한 신민당내부진통을 보는 민정당의 미묘한 입장 때 문이다.
여권은 소위 「이민우구상」을 지지하면서도 그 지원 시기와 방법의 두 가지 문제를 놓고 신중한 저울질을 계속하고 있다.
「이구상」지지의 시기선택을 잘못하면 이총재가 여당과 마치 묵계라도 있는 것처럼 비쳐 야당 내 입장이 악화될 수도 있기 때문에 민정당은 「일단관망」의 방침을 정한 것이다. 그렇다고 1차 「이민우구상」때 지나치게 소극적으로 대응함으로써 실기했다는 아쉬움도 있었기 때문에 여권은 시기선택에 부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그러던 차에 노대표의 지원 발언이 야당의 주류를 자극한 기미가 있으며, 이총재로서는 노대표의 지원발언에 도움을 받은 것 같지 않다.
또 한가지 「이민우구상」에 호응한 민주화조치의 실천문제에 있어서도 여권에는 두 가지 흐름이 있는 것 같다. 하나는 신민당의 5월 전당대회에서 탄생할 새 지도체제와의 협상을 위해 「민주화카드」를 비축해 두자는 생각이다.
다른 하나의 흐름은 여권이 독자적으로 먼저 하나씩 하나씩 민주화조치를 취해나감으로써 국면을 주도적으로 끌고 나가자는 선제 민주화론이다.
노대표는 10일 발언에서 민주화조치를 묶어놓고 있다가 한꺼번에 터뜨리는 게 아니라 하나씩 단계적으로 취해 나갈 것이라고 언급했는데, 이것이 선제민주화론의 시사인지는 아직 분명치 않다.
신민당사정이 복잡할수록 이에 대응하는 여권의 득실판단도 복잡해질 수밖에 없어 개헌정국의 전개 양상 역시 당분간 안개속을 더 헤매야 할 것 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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