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NG] [에세이] 거리로 나선 우리는 세월호 세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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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12일, 나는 교복을 입고 집을 나섰다. 평소엔 학교에 갈 때 입는 교복이지만, 그날은 서울광장에 가려고 교복을 입었다.

나는 급식을 먹고 입시를 걱정하는, 지극히 평범한 10대다. 여느 또래 친구들처럼 과거에 있었던 시위를 교과서로 배운 나에게 시위는 어렴풋이 두려운 이미지였다. 학생들이 중심이 되었던 1960년 4·19 학생혁명 역시 내게는 교과서와 소설 속의 ‘역사’로 인식되어 있었다. 굳이 나까지 나설 필요는 없다는 부끄러운 생각이 무의식 속에 자리 잡고 있었고, 나는 행동하지 못했다. 그랬던 내가 거리로 나오게 된 이유를 단순히 애국심만으론 설명할 수 없을 것 같다. 어느새 아침, 저녁으로 뉴스와 신문기사들을 챙겨보는 것이 일상이 되었고 친구들과 매일 알아가고 분노하며 느꼈던 감정들은 그날 나를 거리로 이끌었다.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으로 가는 지하철은 북새통이었다. 평소라면 친구에게 “나 지금 지옥철이야”라고 문자를 보냈을 거다. 하지만 그날만은 오히려 모두가 한 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에 설레는 기분이 들었다.

오후 2시 50분. 나는 광화문에 도착해 처음 만난 청소년들과 섞여 함께 팔짱을 끼고 피켓을 들었다. 그리고 목이 터지도록 “새누리당은 해체하라”, “국정농단 말이 되냐” 등의 구호를 외쳤다. 행인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바라봤다. “중고생이 일어났다, 박근혜는 퇴진하라”라는 구호가 나오자 사람들은 큰 박수까지 보냈다. 누군가는 대견하다고 했다.

평소 내가 정치와 관련된 발언을 하면 어른들은 “어려서 잘 모른다”고 하거나, 직접 말은 하지 않아도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곤 했었다. 지난 10월15일 청소년들의 국정교과서 반대 시위를 취재할 땐 “학생이 공부는 안 하고…너 공부 잘하니?”라는 낯선 어른의 염려를 들었다. 그랬던 어른들이 이제는 거리에 나온 청소년들을 대견하다고 한다. 그만큼 시국이 엉망이라는 뜻일까. 어른들은 교복을 입은 우리와 함께 “이게 나라냐”라고 외치며 행진했다.

요즘의 10대를 가리켜 ‘세월호 세대’라고 한다. 투표권을 갖기 이전부터 국가와 국가 시스템에 대한 신뢰를 잃어버린 세대다. 나는 여전히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던 2014년 4월을 기억한다. 온 국민이 가슴을 태우고 배 안에서 사람들이 천천히 죽어갈 때까지 그 무엇도 일어나지 않았던 사라진 7시간을 나는, 우리 세대는 기억한다. 하지만 나를 포함한 세월호 세대가 다시 대한민국에 대한 믿음을 회복할 수 있게 되기를 바란다. 대한민국은 그들만의, 또 어른들의 나라가 아니라 ‘우리나라’이기 때문이다.

글=김혜나(정의여고 2) TONG청소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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