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강 남약」… 절름발이 한국탁구|세계선수권서 드러난 취약점과 교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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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제39회 세계 탁구 선수권 대회(2월19∼3월1일·인도 뉴넬리)에서 한국팀은 남과 여의 명암이 두드러졌다.
여자팀은 복식우승(양영자·현정화) 단식준우승(양영자) 단체준우승의 역대대회 사상최고의 개가를 올렸으나 남자팀은 복식공동 3위(안재형-유남규)가 고작.
「여강 남약(여강 남약)」의 이 같은 현상은 앞으로도 2∼3년은 계속될 것 같다.
여자 팀에는 양영자 현정화 외에도 유망한 신진들(홍매옥·홍순화 등)이 많이 있으나 남자 팀에는 김완 김기택이 하향곡선을 긋고있고 안재형-유남규 등의 드라이브공격이 유럽 벽 앞에 무용지물임이 재삼 입증됐다.
게다가 김택수 외에는 이렇다할 기대주가 별로 없는 실정이다.
한국탁구의 전반적인 수준향상이야말로 시급한 과제가 아닐 수 없다.
두터운 선수 층, 다양한 전형의 확보가 얼마나 중요한가는 6개 종목을 휩쓴 중공 팀의 면면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전진속공·드라이브·수비·변칙공격등 천태만상의 세계 톱 랭커들이 빽빽이 도사리고있는 중공 숲을 헤치기란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것이었다.
한국팀의 경우도 양영자 홀로 분전했던 84년 아시아선수권·85년 세계선수권에서 거듭 좌절을 맛보았으나 양과 정 반대되는 스타일로 독자적 경지를 이룬 현이 가세한 86아시안게임과 이번 대회에서는 상황이 판이하게 달라졌다.
이번 대회가 가져다 준 또 하나의 교훈은 중공 외 국가의 성장을 경계해야 한다는 것.
특히 북한 여자팀을 준결승에서 3-1로 꺾은 네덜란드, 한국 남녀 팀에 큰 곤욕을 치르게 한 대만 등은 무시할 수 없는 강호로 등장했다.
양영자-현정화 조가 이번 대회에서 탁구 세계 선수권 사상 최초로 개인전 우승을 따낸 것은 여러 가지로 의미가 깊다.
우선 서울 올림픽에서의 금메달가능성을 높게 했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9월 아시안게임에서의 중공격파가 결코 중공의 방심으로 인한 선수 기용 미스나 홈어드밴티지를 업고 이루어진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입증해주었기 때문이다. <김동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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