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인의 자유민」선언―3·l절의 정신적 가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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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3·1독립운동 68주년을 맞았다.
세월의 흐름속에 되풀이되는 역사적 민족의 기념일이지만 오늘에 새삼 더 뚜렷한 빛을 더해 감을 느낀다.
그것이 광복운동기에 민족의 핵심적인 항동의 상징이었다는 점에서는 물론이지만 그때 표현되었던 정신적 가치들이 오늘에 더욱 새로와 지고 더 절실해 지기 때문이다.
3·1운동은 1919년 3월1일에서 근 두달에 걸쳐 전국에서 전개된 전민족적인 평화적 자주독립선언운동이었다.
그러나 그 운동의 근저를 관류하였던 것은 민족의 독립의지와 동시에 민주적 자각이 도도히 표출되었다는 사실이다.
한말로부터 민족주권의 수호운동은 이미 태동되고 민족자주독립의식은 재고되었지만 1919년을 기점으로 항일독립의 주체가 왕조사중심의 복군주의에서 근대적 자각을 가진 국민상으로 전환하고 있다.
3·1운동에서 독립만세를 외친 민중들이 충성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왕조나 황제가 아니라 민주공화제 형태의 새 조국상인 「대한민국」이었다.
「독립선언서」에 표현되었던 「조선의 독립국」임과 「조선인의 자유민」은 바로 민족자결에 의한 근대민족국가 성립의 주장이었다.
그 때문에 바로 그해 4월에 성립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처음으로 통치권력을 주권재민의 국민주권원리에 따라 조직된 민주공화국으로 규정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3·1운동은 민족자주독립의 건국의지를 표현했으며 동시에 민주·민권의 근대적 시민의식을 명백히 한 성스러운 민족적 거사였다.
일본 제국주의의 강압적 식민통치에 저항해서 이토록 떳떳하게 민족 전체가 일체가 되어 독립과 민주의사를 표현했다는 것은 놀라운일이다.
특히 그런 민족적 거사가 무력이 아니라 맨손의 저항운동으로 결집됨으로써 세계혁명사의 신기원을 이룩했다는 것을 기억해야 한다.
3·1운동은 현대중국의 시발인5·4운동 발발에 결정타를 가했으며 인도로 하여금 「간디」를 중심으로 한 「라자그리하」(비폭력운동)를 촉발시킨 원동력이 되었다.
필리핀과 이집트, 베트남과 터키에 이르는 세계 각국의 독립운동에도 심대한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오늘의 시점에서 3·1운동의 의미를 음미하는데는 더 중요한 의미가 있다.
3·1운동때 표현되었던 민족의독립, 민주의지가 과연 오늘날 민족사의 현실속에서 약동하며 민족의 정신적 가치로서 계승되고 있는가 하는 것이다.
강대국의 국가이익 추구정책에 따라 국토가 분단되고, 국토의 반토막위에서 독립은 성취하였으나 또 그로해서 근대화다, 경제발전이다 하는 국가목표가 과시되고 있기는 하지만 민주화의 과업은 여전히 진통을 겪고 있다.
현실적으로 3·1운동의 가치를 실현하는 것은 바로 민주화의 성취로 귀결될 것 같다.
3·1운동 당시 지역과 계층,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민족이 사심없이 마음을 합쳐 일어났던 정신을 되살리는 것은 지금 가장 절실한 요청이며, 민족의 대의다.
성공적인 「민주화」를 통해서만 비로소 분단된 조국의 통일도 바라볼 수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진정한 의미에서 3·1운동의 근본정신을 계승하는 노력이 이제부터 다시 촉발되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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