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정통성 찾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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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법통문제가 바로 이 시점에서 제기되고있는 것은 의미심장한 일이다.
그것은 현실적으로 민주화를 위한 개헌논의가 치열하게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만이 아니라 남북의 분단상황 속에서 우리 「대한민국」의 민족사며 정통성이 지금 이 시점에서 확실하게 정립되어야한다는 민족적 소망이 너무나 절실하기 때문이다.
광복후 한반도의 남쪽에서 성립된 대한민국이 비록 독립된 민족의 자주의지를 표현하는 유일한 합법정부로서 세계적으로 인정을 받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것을 역사적으로 확인하고 법적으로 체계세우는 근거확립의 노력은 의외로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그 실례로 62년 제3공화국 이래의 우리 헌법은「기미 3·1운동으로 대한민국을 건립하여 세계에 선포한」이란 제헌 당시 헌법조항을 수정, 폐기함으로써 스스로 대한민국 임시정부 법통의 계승이라는 대의명분을 포기하고 있다.
이는 5·16군사혁명으로 집권한 이들이 숭고한 3·1민주혁명정신이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민주공화정체의 정통성을 계승할 자격도, 의지도 없음을 스스로 자인한 것으로 지적될 수도 있다.
그런 만큼 우리의 대한민국이 진정한 민족유일의 대표정부이며 민주정신의 계승자로서의 정통성과 합법성을 회복하는 일은 지금 어느 무엇보다도 시급하고 절실한 과제가 되고 있다.
이는 오늘의 대한민국이 정신사적 존립근거를 확보하는 일이 될뿐 아니라 장래의 조국통 일을 앞두고 그 주도자로서의 명분과 실질을 확보하는 근거이기 때문이다.
그 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상해의 대한민국 임시정부의 의미를 이제 새삼 재평가하고 그를 오늘의「대한민국」의 뿌리로서 확인하는 일이다.
상해정부는 그 이름이 보여주듯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이며 그것은 민족의 자주독립 의지와 민주공화의식을 함께 표현하였던 3·1 독립선언으로 이룩되었다.
그때 표명되고 세계에 선포되었던 대한민국 독립선언은 외세인 일제침략에 대한 부정으로 제기되었을 뿐 아니라 이미 사라져 버렸던 존왕적인 왕조사를 다시 부정하고 근대적인 민주공화 이념을 명백히 했다는 점에서 온 민족의 호응과 합의를 반영하고 있다.
그 합의에 의해 성립된 것이 대한민국 임시정부이며 그 때문에 「임정」의 민족사적, 민주적 정통성은 명백한 것이다.
또 실제 1919년 4욀에 출범한 대한민국 임시정부가 「임시헌장」을 통해 최초의 민주헌법을 공포, 실시했으며 비록 망명상태에 있었으나 국내외적으로 민족 독립운동을 통할, 수렴하고 그 실권을 행사했던 것이다.
임시정부의 항일 독립투쟁은 45년의 광복 때까지 무려 27년이나 지속되었으며 이는 세계 역사상 유례없는 망명정부의 활동이었다.
그 때문에 광복후 우리 임정이 외세때문에 정치적으로 소외되고 그 존재가 과소평가되고 불행을 겪기는 하였지만 민족사적 정통성의 참다운 의미는 결코 퇴색할 수 없는 것이다.
또 그때문에 5·16 이후 우리헌법이 대한민국 임시정부 27년의 역사적 존재와 그 민족사적 정통성의 원천을 그 전문에서 삭제한 것은 중대한 과오가 아닐 수 없다.
임정의 법통문제가 새로 제기되고 또 개헌논의가 일고 있는 이마당에서 우리는 대한민국 헌법에서 마땅히 임정과 그 광복운동사적 정통성을 복원하는 노력에 새로운 인식을 같이 하기를 당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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