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 이준범총장 졸업식 식사-"지성·용기로 미지의세계 도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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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여러분은 이제 모교의 살아있는 역사의 일부가 되었을 뿐 아니라 민족의 미래를 이끌어갈 주체로서의 역량을 발휘해야할 중대한 결심의 순간을 맞이했다.
국운이 기울던 1905년본교의 전신인 보성전문학교가 창립될 당시 여러 내외정세는, 헌법개정을 둘러싸고 진통을 겪고 있는 지금의 상황에서도 여전히 중요한 의미로 작용하고 있다.
여러분은 이제부터 전개되는 미지의 세계를 향하여 냉철한 지성과 용기있는 도전으로 조국번영과 민족통일을 이루기위한 회생과 화합의 정대한 길을 걸어가야할 것이다.
고려대학교는 창립이래 민족의 자주자강을 실현하며 그동안 반식민·반공·반독재의 길을 걸어오면서도 대학 본연의 기능과 분단시대극복의 주역을 자임하는 시대적 사명을 훌륭히 수행해왔다. 이와 같은 전통은 협소와 안일을 버리고 개방과 진취적인 기상을 길러주어 이미 여러분은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쉽게 타협하지 않는 지적 자부심과 쉽게 거부하지 않는인간적 화합이라는 고상한 인품을 지니게 된 것이다.
고대의 교육이념으로서의 정의는 민족적 자유를 전제한 것이므로 이민족에의 예속이나 사이비 민족주의의 안일한 타협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며, 우리가 교육을 통하여 구하려는 국가는 단순한 지배단체로서의 물리적인 국가가 아니라, 인간적이고 도의적인 진리에 입각한 정치단체로서의 국가이므로 분단조국의 극복은 물론 자유민주주의가 실현되는 민족주의적 자유가 꽃피는 국가인 것이다.
앞으로 여러분이 개척해나가는 미래가 학창시절에서 키운 이상과 서로 합일되어 가장 완전한 민주시민으로서의 자랑스러운 고대인이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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