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행정부, 스태그플레이션 방지 힘써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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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스태그플레이션(불황 속 물가 상승) 가능성에 유의하라’. 미국의 투자은행 골드먼삭스가 도널드 트럼프 차기 행정부에 이 같은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 당선인이 대선 때 공약했던 이민과 무역 규제 정책은 포기하고 경기 부양에만 힘써야 한다는 주문이다.

골드먼삭스, 규제 대신 부양책 주문

1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골드먼삭스의 앨릭 필립스 이코노미스트 등이 트럼프 시대를 시나리오별로 예측·분석한 내용을 보도했다. 이에 따르면 트럼프가 경기 부양뿐 아니라 이민 제한, 무역 규제(고율의 관세 부과) 등 모든 공약을 이행할 경우 미국의 내년 하반기 실질 경제성장률은 골드먼삭스 전망치보다 0.2%포인트 높아진다. 문제는 그 이후다.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되면서 2018~2019년이면 성장률이 전망치보다 최대 0.5%포인트 각각 낮아진다.

여기에 근원 물가상승률이 2.3%로 오르면서 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매파 기조로 나설 경우 미국 경제가 불황 속에 물가가 오르는 스태그플레이션 늪에 빠질 것이라고 골드먼삭스는 우려했다. 연준이 금리 인상 등 한층 긴축적인 통화정책으로 대응할 가능성을 고려한 것이다. 이 경우 2018~2019년 성장률이 전망치보다 0.8%포인트 각각 낮아지면서 2019년 실업률은 5.3%로 뛰어오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골드먼삭스가 본 최상의 시나리오는 트럼프가 공약 가운데 이민 제한과 무역 규제를 하지 않으면서 경기 부양에만 힘쓰는 것이다. 이렇게 했을 땐 2019년 성장률이 전망치보다 최대 0.5%포인트 높아지며 물가상승률은 연준의 목표치인 2.0%에 근접하게 된다. 연준으로선 보다 강한 긴축으로 대응하지 않아도 된다. 골드먼삭스는 “트럼프가 공약대로 경제정책을 펼치면서 재정을 풀면 단기적으로 성장률이 조금 높아질 수 있지만 이후 수년간 (이민 제한 등의) 역효과를 내는 정책들로 인해 경기가 침체되면서 물가가 더 많이 상승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이창균 기자 smil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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