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교포 대학생들 민족의식에 눈뜬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그것을「하버드 현상」이라 할까. 분명히 미국의 일류대학에 재학중인 교포학생들 사이에 최근 민족의식에 대한 새로운 자각운동이 일어나고 있다고 현지인들이 지척적고 있다.
이 현상은 일류대학의 이른바 수재학생들의 대학사회에서 경쟁을 뚫어나가기만 하면 무난히 미국의 상층사회에 진입할 수 있으리란 기대가 좌절에 부닥치고 있음을 깨닫고 있다는 사실을 반영한다.
하버드대 한길 건너 제일한인교회의 김흥기 목사는 『교회에서 문을 연 한글학교가 최근 부쩍 활기를 띠고있다』 고 말했다. 한글학교에선 한글뿐 아니라 한국사와 한국문화 전반을함께 가르친다.
김목사는 『한국적 분위기를 간직한 유일한 공동체인 한인교회가 이런 젊은이들의 뿌리찾기 의식의 중요한 모체가 되고 있다』 고 말했다.
그는 『일류대학의 졸업생들이 미국사회에서 어느 정도 여유있는 생활은 해나가겠지만 의미를 찾을수 없다는 점에서 큰 갈등을 느끼고 있다』고 말하고 최근 서울대공대를 수석졸업한 하버드대 출신의 한 기술자가 진급등에서 심한 차별을 느끼고 견디다 못해 세탁소를 낸 사실을 한 예로 들었다.
한편 하버드대「와그너」교수 (한국학) 는 『하버드대 입학생 1천5백여명중 한국계 학생이 60∼70명에 이르며 매년 그게 증가하고 있다』 면서『이들중 90%이상이 한국사·한국어 강의를 듣는다』 고 밝혔다. 그는 『한국계의 우수한 학생들이 계속 좋은 대학들에 들어가 한국학 강의를 개설토록 압력을 가함으로써 한국학 강의는 계속 늘어날 추세』 라고 말했다.
「와그너」 교수는 『동양학을 하는 교수들은 일찌기 한국학의 중요성을 인식했으나 예산부족에 관심을 갖는 학생들도 찾기 힘들어 초창기엔 어려움이 많았다』 면서 『이젠 이런 문제들이 적지 않이 해결된 상태』 라고 말했다.
「와그너」 교수는 『그러나 학부모들은 아직도 「한국학은 쓸데없는 학문」이란 인식이 강해 학생들은 부모들의 강한 압력 속에 한국학 강의를 1년이상 듣기가 어려워 할수 없이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고 밝혔다. 그는 한국학에 대한 이들 한국계 학생들의 고조되는 관심은 한민족으로서의 자신감을 회복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진단했다.
하버드대 연경도서관의 김성하씨는 『전엔 한국학이 중국학에 치이고, 일본학에 떼밀려 어려움이 적지 않았으나 이젠 어느 정도 자부심까지 느끼게 됐다』 고 털어놨다. <보스턴=이근성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