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용 수면제도 준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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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마침 의사중앙협회에서 재시험통지가 와 선장에게 북에서 경비를 서면서 공부해야겠다고 속이고 3일간을 기다려 탈출을 감행했다. 만약 탈출도중 경비함에 들키면 가족전체가 죽을것은 뻔한 일이므로 가족들의 죽음을 보지 않겠다는 생각에서 자살용 수면제 50알 정도를 준비했다.
-처음 한국행을 주저한것은. ▲구사일생으로 일본에 왔지만 「남반부에 간 사람들은 한사람도 살지 못한다」는 북조선의 선전 때문이었다. 1월28일 한국 영사가 찾아와 화보를 보여주면서『남조선이 살기좋고 북조선의 선전과는 다르다』고 말하는데 어투에 진실이 담겨있었다.
그래도 믿기가 곤란해 가족들과 토론하겠다고 해 아내와 장모·처제가 영사를 다시 만났다. 그후 아내등이『남조선이 좋다는데 갑시다』고 했으나 나는『한사람이라도 반대하면 못간다』고 말했다. 그 다음날 일본신문을 보니 우리가 말한 그대로 실려있어 「저사람들도 진실이구나」생각했고 화보를 보니 사람들과 거리 표정이 화려하고 좋아 보였다.
일본정부가 『배타고 가는것은 틀렸다. 청률에서 나와 감시를 하고 있어 비행기를 타고 가야 하는데 동남아밖에는갈수 없다. 대만에서 받겠다는데 가겠느냐』고 물었다.
혼자 곰곰 생각해보니 일본선상 생활에서 말이 안통해 물한모금 먹는데도 애를 먹었는데 앞으로 남쪽나라에 간다지만 말이 안통해 생계가 막연할것 같았고 일본사람들이 계속 한국을 좋게 이야기해 한국항 쪽으로 마음이 조금씩 기울기 시작했다.
2월7일 비행기를 타고 모만에 도착하자 남조선 사람들이 나와 따뜻하게 맞아주고 모만사람들도『한국이 살기좋다』고 해 남조선에 가기로 마음을 먹었다.
-큰처남은 이곳에 오기를 반대했다는데 지금은.
▲남조선이 생지옥이며 남조선으로 오면 죽는줄 알았기 때문에 반대했었다. 그러나 실제로 와보니 이북에서 들었던 내용이 허위선전이란것을 실감했다.
-탈출때 김일성에게 「정치를 올바로하라」는 편지를 남겼다는데 그 내용은.
▲(김만철)「인민들은 식량이 없어 굶주리고 있으며 억압정치에 떨고 있다」는내용이다.
또 상점에 상품을 가득 전시해 놓고도 사겠다고 하면 진열품이라며 팔지 않는데 이같은 행위를 계속하면 외국인들이 와서 보고 웃는다는 얘기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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