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드라머『도시의 얼굴 여주인공 최명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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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아저씬 아까 노상에서부터 날 경계했어야 했는지도 몰라요. 그때 내가 아저씨한테 던진 사과말예요. 그사과가「이브의 사과」가 될는지도 모르거든요.』
25일부터 방영될 MBC-TV의 새주간극『도시의 열굴』(나련숙극본·박철연출)의 여주인공 최명길양(24)이 상대역 현철(최상훈분)에게, 던지는 대사의 한토막이다. 그러나 사과는 단순히 현철만을 겨냥하지 않는다. 그 사과를 먹는 시청자들은 모두 최명길의 포로가 된다.
그녀에게 대종상 여우주연상을 안겨준 영화『안개기둥』에 출연하느라『남자의 계절』이후 8개월만에 TV드라머에 복귀한 최양이『도시의 얼굴』에서 맡은「정화」역은 지적이면서도 넘치는 자신감 때문에 스스로 삶에 상처를 입히는 여자다. 『도시의 얼굴』에서 가장 개성있는 얼굴····.
『박형섭 (전운분)과 더불어 극의 두기둥을 이루는 이도진(금무생분)의 큰발 정화는 박형섭의 장남 현철과 사랑에 빠짐으로써 흥망의 과거가 얽혀있는 두집안을 긴강시키게 되죠·』
극중 성격이 가장 강할 것 같아 자신의 내면에 숨어있는 정열을 최대한 끄집어 내야 할것같다는 그녀는 실제로는 내성적인 성격이라고 말한다. 수도여고를 졸업한 81년 MBC탤런트 13기생으로 출발, 『조선왕조5백년-풍난』에서 정현왕후역으로 주위를 놀라게한뒤『남자의 계절』의 미란역으로 일약 스타덤에 오른 최양을 두고 방송가에선「눈짓이나 말투하나로 온갖 감정을 표현해내는 절제된 연기자」라고 평한다.
겉으로는 행복해보이는 부부가 속으로는 얼마나 쉽게 파멸해가는가를 섬세하게 그린 영화『안개기둥』에서「다양한 무표정」으로 열연했던 최양은 드라머나 영화를 한편씩 할때마다 앞으로 살아갈 많은 날들을위한「생의 스크랩」이 두꺼워지는듯해 기쁘다며 눈빛을 반짝인다. 취미는 독서와 서예.
『제이름이요? 뭔가확실해보이지 않아요?』차분한 말투속에서 얼핏얼핏 당돌함이 엿보인다. 외모보다 마음이 더 아름답다는 평을 듣고 싶다고 말하는 모습에서 바람직한 연기음상을 보는것 같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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