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8올림픽일부종목 남북개최 이뤄질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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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88%하계올림픽의 남북분산개최는 과연 이루어질 것인가. 북한측은 12일 로잔에서 분산개최에대한 IOC제안을 원칙적으로 받아들인 것으로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으나 그것은 의견의 접근, 협상의 진전일뿐 합의단계에 이른것이라고 할수는 없다. 북한측은 여전히 여러가지 그들의 조건과 희망을 버리지않고 있기 때문이다.
북한측이 IOC에 원칙적 동의를 표시했다면 그것은 소련을 비롯한 동구공산권의 압력에 따른 국제적 고립에서 벗어나려는 궁여지책인 것으로 풀이된다.
북한을 탈출한 김만철 (金萬鐵) 씨 가족이 밝힌 것처럼 북한내의 주민들은 대부분 제24회 하계올림픽을 북한에서 개최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따라서 아시안게임의 서울개최사실마저 숨기고 있는 북한측은 IOC제의를 거부할 경우 궁지에 몰릴것이 뻔한 일이다. 또 북한은 88올림픽개최지가 서울로 확정된후 계속 서울개최를 방해해 왔으나 그동안 소련·동독을 비롯한 동구권은 물론 쿠바마저 서울대회참가를 기정사실화 함으로써 곤경에 빠지고 말았다.
북한측이 IOC제안에 원칙동의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북한측은 그동안에도 계속 몇종목을 더 배정받아야겠다는등 부대조건을 내걸어 회담진행을 지연시켜 왔다.
따라서 이번의 동의를 IOC와의 합의라고 볼수는 없으며 다만 IOC제의와 종용을 거부할경우 야기되는 국제여론의 화살을 피하려는 계산에 따른것으로 볼수있다.
또한 서울올림픽을 동서화합의 무대로 만들려는 「사마란치」 IOC위원장이 끈질기게 북한을 설득, 동의로 몰고가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88올림픽 남북분산개최가 실현되기까지는 많은 전제조건과 난제가 가로놓여 있다.
가장 중요한 전제조건은▲북한은 제24회 서울 하계올림픽이란 명칭을 인정하고 나머지 종목이 열리는 서울대회에 참가해야하고 ▲올림픽패밀리 (운영요원·보도요원·관람객·관광객)최소한 2만5천명에 대해 비자없이 ID카드와 관람권소지자에 대해서 문호를 개방해야하며▲개·폐회식은 반드시 서울서 열리며 북한에서 열리는 4개 종목선수들도 참가해야하고▲방영권·휘장사업·광고등에 대해 무리한 요구를 해서는 안되며 이에대한 SLOOC의권한을 인정해야하는것등이다.
앞으로 남북체육회담에서 세부사항에 대해 협의가 이루어지겠지만 북한은 이같은 전제조건을 받아들여야 분산개최가 가능해질 수 있다. <이민우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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