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섭안하면 잘된다<이석구 경제부기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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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설립된 지 5년밖에 안 되는 신한은행은 올해도 지난해에 이어 10%의 주식배당을 하기로 결정했다.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공금리 수준을 유지, 은행의 체면을 지킨 셈이다.
반면 역사가 깊고 규모가 큰 제일 · 한일 · 조흥· 서울신탁은행 등은 대주주 3%,소주주 5%로 신한은행의 절반수준이다.
상업은행은 그나마 소주주 4%, 대주주는 2%밖에 못한다.
말할 것도 없이 신한은행의 배당률이 이처럼 높은 것은 강사를 잘해 이익을 많이 냈기 때문이다. 86년 부기순익이 1백9억원으로 7개시은 중 가장 높다 .자기자본 순이익률이 10·9%나 된다. 자본금은 기존 5개 시중은행의 55%, 점포수에서는 25%수준에 불과한 신한은행이 가장 이익을 많이 낸 것은 순전히 자율경영의 소산이다. 전액 재일교포 출자로 세워진 신한은행은 대출권한이 거의 지점장에게 일임돼 있다.
지점강은 자기 책임하에 철저히 기업의 재무구조와 신용조사를 거쳐 대출을 한다.
이 같은 체제에서 덩치 큰 부실채권이 생길 수가 없다 .지난해 결손 처분한 부실채권은 고작 3억원.
그러나 이른바 5대 시중은행은 얘기가 다르다. 장사의 볼륨이 훨씬 큼에도 불구하고 한은으로부터 지준부리를 받아 가까스로 작년수준의 배당을 하기로 한 것이다.
기업신용이나 담보능력을 고려하지 않고 덥석덥석 정책금융 대출을 해주다 보니 이자는 커녕 원금도 못 받는 부실채권이 쌓이게 된 것이다. 부실채권 규모가 무려 5조원을 헤아린다.5대 시중은행의 부실채권이 이렇게 쌓이게 된 것은 관치금융 때문이란 사실을 세상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특히 7O년대 후반 관에서 해외건설 촉진법까지 만들어 무조건 해외건설 진출에 지급 보증을 해주라는 거역할 수 없는 지시때문에 은행들이 해외건설업체와 함께 부도의 늪에 빠졌다.
해운산업에서도 똑같은「관치」의 실수가 재연됐다.
부실규모가 워낙 큰 지라 기업을 도산시키면 은행도 쓰러지므로 계속 돈을 대주는 악순환이 계속된 채 오늘에 이른 것이다.
이 같은 은행의 부실화는 금융자율화가 이뤄지지 않아 일어나는 것임을 신한은행의 케이스를 통해 깨닫게된다. 장사는 역시 장사꾼에게 맡겨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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