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도회대책 오락가락하다 강경봉쇄로 급선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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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숙달된 솜씨를 과시>
○…「2·7 명동성당집회」를 봉쇄키로 방침을 정해놓고도 치안당국은 유례없이 태도표명에 신중.
정호용 내무장관이나 이영창 치안본부장은 여러 차례 기자들로부터 대처방안을 질문받고도 『곧 정부의 공식적인 방침천명이 있을것』이라고 구체척인 대처방안에 대해 함구해오다 5일 상오 법무장관의 담화발표가 있은 뒤 하오에야 이영창 본부장이 발표문을 내는 형식으로 봉쇄방침을 공표.
이같은 유례없이 신중한 자세는 여러 상황으로 보아 치안당국자가 전면에 나서기가 마땅찮은 분위기도 있었겠지만 마지막까지도 정부입장이 원천봉쇄와 제한적 허용사이에서 오락가락한 때문이었을 것이란 풀이.
그러나 경찰은 봉쇄방침 공식발표 이전에 이미 재야단체사무실 수색, 비상경계령 하달등 전례(?)에 따른 대비를 착착 진행해 숙달된 솜씨를 과시.

<폭력사태 유발시킨다>
○…검찰은 명동성당에서의「박종철군 국민추도회」에 대한 강경 저지가 불러올 부작용을 우려, 『성당에서의 옥내 행사야 어쩔 수 없지 않겠느냐』는 비교적 유연한 자세를 보이다 5일부터는 관계기관과 의견의 일치를 본 듯 원천봉쇄 족으로 급선회.
검찰은 박 군 사건이 지극히 정감적인 문제여서 호응폭이 의외로 클 수 있고 고문은 비호할 수 없는 소재인데다 장소도 성당이어서 지나친 저지조치는 정부에 손해가 될 수도 있다는 판단에서 묘책마련에 부심 했었다는 후문.
검찰의 그 동안의 고심을 반영하듯 5일 발표된 김성기 법무장관의 담화문은 「심각한사회적 충격과 국민적 우려」가 있었음을 시인하고 「깊은사과」를 한 다음 「2·7대회는 폭력사태를 유발시키려는 불법군중집회기도」로 결론짓는 등 어렵사리 논리를 전개.

<물귀신작전이다 펄쩍>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이 난 뒤 내무부와 보사부는 감독책임을 놓고 서로 떠미는 신경전.
발단은 보사부가 사건후 부랑인 집단수용의 근거가 내무부 훈령인양 설명한데서 비롯됐는데, 내무부 측은 『이 무슨 물귀신작전인지 모르겠다』고 펄쩍.
내무부는 부랑인 집단수용은 보사부가 관장하는 사회복지관련 여러 법령에 근거를 두고있고, 내무부훈령은 그 같은 보사부 시책에 지방 행정 기관이 적극 협조토록 한 내규인데 마치 내무부 훈령에 따라 보사부가 시책을 펴는 듯 실명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반박.·두부처의 신경전은 결국 당정협의에서 보사부가 책임을 지고 수습책을 마련토록 결말이 났으나 일부에선 내무부가 평소 타부처의 일 까지 가로맡고 나서는 등 너무 독주하는데서 자초된 구설수가 아니냐고 지적.

<복지원사건에 묻혔다>
○…시판콩나물의 수은오염이 심각하다는 기사 (중앙일보1월28일자)가 나간 후 시민들의 욕설전화와 상부의 호통에 벌집 쑤신 듯 하던 보사부 위생국은 때맞춰 터진 형제복지원사건으로 화살이 사회국쪽으로 쏠리자 안도의 한숨.

<사망자? 줄여서 발표>
○…부산 형제복지원에 이어 지난1일 충남 괴준군 양지원에서 원생을 각목으로 때려 숨지게한 사건이 발생하자 관할 조치원경찰서와 연기군청은『그런사건이 발생한 일도 없고, 수사하지도 않고 있다』며 연막작전을 펴는가하면 지난해의 사망자 수를 줄여서 발표하는등 책임회피에 급급.
김창선 조치원 경찰서장은 기자들에게『단순폭행치사사건인데 기사화 할 가치가 없다』고하는가 하면 지난해 11명이 사망했는데도 『2건의 변사사건밖에 없었다』며 사건규모를 줄이기에 안간힘.
「회초리」정도에 그쳐
○…부산 형제복지원 사건을 다루기위 해 6일 소집된 국회보사위원회에 신민당의원은 불참하고 민정· 국민당의원들만 참석한다는 사실이 확실해지자 보사부 관계자들은 한결 밝은 표정들.
한 간부는 민정당의원 들이야 집안사람들인데 아무래도 팔이 안으로 굽지 않겠느냐며 몽둥이로 맞을 각오를 하고 잔뜩 겁을 먹고 있었는데 회초리 정도로 넘길 수 있을 것 같다고 농담을 하는 여유를보이기도.

<사체매각 등 수사방치>
○…부산지검 울산지점이 부산형제복지원 박인근원장 등 6명을 구속, 이 사건을 터뜨린뒤·검찰은 좋은 수사 있다는 내부평가를 하면서도 인권과 관련, 정치문제 화하는 등 파문이 확대되자 박종철군 사건이 후 엎친데 덮친격 이 됐다고 당황하는 표정.
이 때문인지 검찰은 관련 공무원의 비위와 사체 매각 등에 대한 확대수사를 해야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는데『확증이 없어 더 이상의 수사는 어렵다』며 부산지검 본청의 수사력도 투입하지 않고 팔장을 끼고 있어 빈축.

<1단기사도 챙겨두라>
○…울산남부경찰서에 수감중인 부산형제복지원 원장박 인근씨는 면회간 측근들에게『내가 풀려나기만 하면 기자들을 모두 가만 두지 않겠다』 며 불구속 입건된 아들 두선씨(31)에게『이번 사건관련 기사들을 1단짜리 하나 빼놓지 말고 모두 스크랩 해 두라』고 단단히 일렀다는 후문.
박씨는 특히 기자들을 지칭,『아무것도 모르고 까분다』며 자신의 뒤에는 든든한 비호세력이 있음을 은근히 과시하더라고 한 경찰관이 귀띔.

<「시국성명」 확산우려>
○…문교부는 지난 3일 한신대 교수 54명이 박종철군 고문치사에 항의하는「우리의견해」 라는 성명을 기습 발표하자 크게 당황, 불씨가 번질까봐 전전긍긍.
지난해「시국선언 서명교수」사건때 곤욕을 치렀던 문교부는 관계기관에 이번 한신대의 경우는 여건이 지난해와는 달라졌으므로 확산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낙관적(?)으로 보고하기도.
그러나 문교부관계자는 『이번 박 군 사건은 국민들 감정과 직결된 문제인 만큼 교수나 학교측에「집단행동금지」지시를 내렸다간 더 큰 반발을 살까 두려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고 속마음을 토로.

<다시 언급할 필요없다?>
○…법무부는 5일 새해 업무보고를 하면서 예상과 달리 박종철군 사건과 관련한 인권수사·고문근절대책을 포함시키지 않아 눈길.
법무부관계자는 이에 대해『이미 총리실과 경찰에서 여러가지 대책이 나온 만큼 법무부가 다시 언급할 필요는 없었기 때문』이라고 밝혔으나 경찰의 난처한 입장과 사기문제를 배려한 것 이라는게 중론.
재야법조계에서는 이에 대해 『고문근절은 경찰의 감독기관인 검찰의 책무인 만큼 당연히 언급됐어야 했다』 고 한마디씩.

<성명서 나오자 당황>
○…서울대 교수들은 최근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에 대한 성명서가 한신대측에서 발표되자 『제자의 죽음을 놓고 한마디 말도 못한 골이 돼 얼굴들고 다니기 부끄럽다』며 당혹스런 표정들.
교수들은 지난달 16일 박군이 다녔던 언어학과 사무실 분향소에 1명밖에 분향하지 않은데다 1명밖에 분향하지 않은 박군의 모교가 아닌 한복대에서 먼저 성명서가 나오자 유구무언이라며 자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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