뿌리내린 여성 자유기고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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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약 4∼5년 전부터 시작되어 최근에 이르러 월간잡지, 특히 여성잡지에 여성 르포라이터 또는 자유기고가들이 쓴 글이 자주 등장하고 있다. 대부분의 글들이 뉴스 뒤에 가려진 인물의 이야기, 문제 제기식의 고발, 연예·방송가의 스캔들, 이색인물 인터뷰 등을 다룬 것. 앞으로 잡지에도 본격적인 PD시스팀이 도입되면 르포라이터는 더욱 각광받는 여성 유망직종이 될 것 같다.
요즈음 르포라이터 또는 자유기고가로 글을 쓰고 있는 여성들의 숫자는 줄잡아 2O여명.대부분이 잡지기자, 방송국의 스크립트 라이터 출신이거나 작가를 겸하고 있다.
그중에서도 거의 매달 잡지에 기고함으로써 직업화한 경우는 7∼8명을 헤아린다는 것이 잡지전문가들의. 이야기다.
여성 르포라이터로 우선 꼽을수 있는 사람이 유재순씨(29). 81년 신동아가 공모한 논픽션에서『난지도를 찾아서』가 우수작으로 뽑혀 데뷔했다.
그는 서울 청량리 588 창녀촌, 사북 탄광촌, 서울구 노동여공 기숙사 등의 우리사회 저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쓴 르포로 성가를 올렸고, 르포집 『서울서 팔리는 여자들』을 출판(83년)한 바 있으며 일본과 동남아취재를 다녀오기도 했다. 대유 공업 전문대 출신.
박희성씨(27)는 『영11』 『별이 빛나는 밤에』 등 방송 스크립트 라이터를 겸하는 경우. 서울예전 방송연예과 출신(82)으로 연예인 인터뷰가 장기. 86년에는 모델과 연예인 에이전시 헤드라인을 열었다.·
조희숙씨(26)는 대구효성여대 불문과출신(83년)으로『수품』 등 잡지기자 출신. 한국판 「파피용」으로 스페인용병이었던 김인호씨 이야기를 써서 유명하다.
이희성씨(30)는 동국대 철학과 출신(81년)으로 잡지기자를 지낸 후 82년부터 르포라이터로 일하고 있다. 한때는 번역과 원고 대필업을 하는 사무실도 운영했는데, 김영삼·김대중씨 자녀 결혼 등 정치인가족 이야기를 주로 다룬다.
김정례씨(42)는 서라벌예대 문예창작과 출신(67년)으로 한국일보 신춘문예 출신. 한국의 마지막 내시 이야기 등 떠돌이 삶을 사는 사람의 이야기를 즐겨 다룬다.
노수민씨(37)는 경희대 국문과출신(72년). 중앙일보 동양방송 제1회 문예대상수상자로 『황홀한 성』 등 단행본도 갖고 있다. 『호텔 낮12시』등의 잠입 르포를 썼다.
김경희씨(27)는 숭전대를 다녔고 역시 방송 스크립트 라이터를 겸하고 있다. 연예계 쪽 스쿠프, 정치인가족 이야기에 관한 글을 많이 썼다.
안양자씨 (43)는 동국대 국문과출신(68년)으로 주부생활사기자를 지냈다. 방송일도 겸하고 소설도 써 곧 장편소설『새들은 숲 속에서 왜 살고 있는가』가 출판되리라 한다.
그런대로 활발히 글을 쓰고 있는 이들 자유기고가들이 한결같이 지적하는 애로는▲신분보장이 돼있지 않아 취재원 접근이 어렵다▲원고료가 한정되어(보통 3천∼4천원) 있어 폭넓은 취재가 어렵다▲일방적으로 잡지사 청탁에 의해 글을 쓰므로 전문화가 어렵다는 것이다.
한편 한정된 잡지사의 인원으로 뉴스를 쫓다보니 취재시간이 걸리고 폭 넒은 취재원 동원이 필요한 등의 화제성 기사는 자유기고가들에게 맡긴다는 것이 잡지족의 이야기. 따라서 독특한 주제를 찾는 능력에 탄탄한 취재력과 문장력만 갖추면 글을 팔 수 있는 시장은 무한하다는것.
『잡지사의 인건비 절약, 전문화경향 등으로 가까운 일본의 경우 자유기고가의 글로 잡지를 만들다시피한다』는 김동철교수(이화여대·신방학)는 한국도 곧 이런 추세를 따라갈 것이라고 전망한다. <박금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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