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 정주영 명예회장, 사장단회의 마지막 주재|상의 물가간담회, 정부홍보일관 "민간주도 증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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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현대그룹이 지난달 27일 대폭적인 임원인사를 단행한지 1주일이 지났지만 아직까지 별 다른 변화나 움직임은 없는 상태.
그룹회장직을 내놓고 명예회장으로 물러앉은 정주영회장의 경우 요즈음도 종전과 다름없이 매일 상오7시 반이면 계동사옥 12층 회장실에 도착, 특별한 일이 없는 한 하오6시쯤까지 집무를 하고있다.
점심이나 저녁은 대부분 밖에서 외부인사와 함께하는 것도 전과 마찬가지.
특히 매주 월요일에 열리는 그룹사장단 회의는 새로 그룹회장에 취임한 정세영회장이 주재해야 마땅하지만 현재 해외출장중이라 지난 2일의 사장단회의는 정주영회장이 마지막으로 직접 주재했다고.
오는 8일 정세영회장이 귀국하는 대로 이번에 계열사 회장·사장으로 승진된 사람들에 대한 임명장 수여가 있을 예정인데 그때가 되어야 현대그룹내 역할 재분담이 이루어질 모양.

<핀토스 살 사람없다>
★…김정자 청보핀토스 구단주는 최근 시중에 나돌고 있는 청보핀토스 매각설에 대해 『작자가 나선다면 팔 의사도 있으나 현재 구체적인 매각계획이나 원매자가 나선 것은 없다』고 4일 밝혔다.
김씨는『평소 야구를 워낙 좋아해 프로야구단을 인수했으나 만년 골찌인데다 시중에 악성루머마저 나돌아 팔아치울 생각도 있는데 워낙 팀 성적이 안 좋아 원매자가 나서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인천이 본거지인 청보핀토스는 선수수급에 어려움이 많아 장래성도 별로 없기 때문에 시중에 소문만 무성할 뿐 실제 사겠다는 의사를 표명한 기업은 하나도 없다는 것.
한편 풍한방직그룹은 프로야구단 운영으로 연간 10억원정도 적자가 나자 임대주고 있는 을지노사옥의 분양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세득위해 마련>
★…지난 3일 대한상의주최로 열린 올해 물가정책방향간담회는 이른바 민간주도의 현주소가 어떤지를 그대로 보여줬다는 평.
형식적으로는 대한상의가 기획원·상공부·동자부의 관련국장들을 초청, 회원사인 94개 독과점업체의 대표들과 설명회경 질의·토론을 갖는 것으로 돼있었지만 실제로는 정부시책 홍보로 일관.
그도 그럴 것이 이 모임 자체가 올해 유가와 통화증발·선거경기 등으로 물가안정에 적신호를 느낀 정부가 업계에 대해 설득 겸 으름장을 놓기 위해 만들어졌는데 정부주도로 할 경우 모양이 좋지 않다는 판단에서 대한상의에 「종대」를 메게 해 억지춘향으로 민간주도의 구색을 갖춘 것.
걸핏하면 민간주도 운운해온 정부에서 생각하고 있는 민간주도가 이 정도니 말 그대로 민간주도가 정착되려면 실로 요원하다는 인상.

<2O년 넘은 섬유수출포>
★…별로 알려져 있지 않았던 기업으로 지난 85년말 자기덩치보다 몇 배 큰 국제계열의 조광무역을 덥석 인수함으로써 재계에 화제를 뿌렸던 서지산업(대표 박세영)이 이번에는 국제상사의 섬유쿼터를 소리도 없이 사들임으로써 다시 한번 주위를 놀라게 하고있다.
서지계열의 한주통산(전조광무남)은 최근 한일합섬그룹으로부터 국제상사의 코트류를 중심 한미·구주지역보유쿼터 1백만피스(수출액기준 1천5백만달러)를 매입키로 하고 국제의 소래공장시설과 관계직원 5백여명을 2월중에 인계받기로 한 것.
이로써 종업원 4백여명의 섬유수출업체로 지난 82년10월 간판을 내건 이래 서지는 거의 4천명의 직원에 자체쿼터 1천2백만피스를 보유한 대형섬유그룹으로 급부상.
수출액은 83년 8백만달러에서 지난해 8천만달러(내수 50억원 별도), 그리고 올해는 선경· 삼도물견·코오롱 등과 어깨를 겨뤄 1억3천만달러 상당을 목표로 하고 있다.
설립 만 4년만에 섬유수출랭킹 5위권을 넘보게된 이 같은 초고속성장을「제2의 대자」로 보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조광인수에 이어 지난해 니트류 전문업체인 삼이섬유, 재키트 전문 중견수출업체인 (주)수성, 그리고 이번 국제상사 섬유부문에 이르기까지 잇단 인수로 무섭게 커가고 있는 서지의 저력은 재계의 큰 관심을 끌고있다.
서지산업 회장 박세영씨는 대우 김우중회장의 학교후배이자 대우의 창업멤버로 지난 64년 한성실업 입사이래 20년 넘게 섬유봉제수출에 몸 담아온 섬유통. 매니지먼트에서 세일즈에 이르기까지 그는 이 계통의 도사라는 소리를 듣고 있다.
박씨는 81년 대우 퇴직 때 받은 작은 봉제공장(10억원상당·서지전신)을 발판으로 부실섬유업체들을 접수, 단 시일내 대형봉제그룹으로 성장시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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