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대학생」드라머 3편 제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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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운동권대학생」등을 소재로하는 이념드라머 3편이 KBS TV에 의해 제작된다.
빠르면 대학 개학기인 3∼4월에 방영될 이들 드라머는 KBS가 지난해부터 신중히 검토해온것들로 지난달 87년특집드라머 제작계휙을 구상하면서 제작방침을 굳힌 것으로 알려졌다.
먼저 올봄 제작·방영이 거의 확실시되는 『어머니』(가제)는 운동권대학생을 아들로 둔 어느 가정의 이야기.
해방세대(60대), 전쟁세대(50대), 4.19세대(40대), 산업화세대(30대), 그리고 오늘날 젊은이세대(20대)간의 가치관대립(특히 반공을 생존이념으로 파악하는 전쟁세대와 기성세대를 경직된 극우파로 공격하는 전후세대간의 마찰)을 드라머를 통해 화해시키겠다는 의욕속에서 제작될『어머니』는 아버지와 운동권아들의 층돌을 대화를 통해, 특히 모성을 통해 해소시킨다는 내용.
또 다른 드라머『불타는 시간』은 이미 극본까지 완성된 상태이나 제작시기는 아직도 검토단계. 이 드라머는 특히 KBS가 관계당국과 지난해부터 협의, 극본을 6차례나 뜯어고치는등 진통을 겪었는데 실종된 좌경학생을 둔 어느 가정의 아픔을 그리되 이데을로기보다 가족애를 부각시킨다는 점에서『어머니』와 맥을 같이한다.
나머지 한편은 기존의 소설에서 고를 계획인데 현재로서는 작가 이병주씨의 『거년의 곡』이 유력시되고있다. 현실을 긍정적으로 보는 한 젊은이와 현실을 부정적으로 보는 또다른 젊은이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 한여인의 시각을 그리고 있는 이 소설은 그러나 드라머 제작의도에 맞게 작가로부터 어느 정도 원작수정에 양해를 구해야한다는 숙제를 안고 있다·
KBS의 이같은 이념드라머들은 우선 보도특집등과 같은 기존의 생경한 목적프로그램이 오히려 시청자들에게 거부감을 준다는데 인식을 같이하고 젊은이들의 고뇌를 최대한 객관화시켜 보겠다는 고급정책 드라머라는 점에서 주목을 끌고있다.
그러나 KBS는 현시국의 변화에 따라 이들 드라머의 제작및 방영시기를 유동적으로 조절할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이들 드라머가 아무리 객관화된다 하더라도 얼마만큼 시청자들에게 설득력이 있느냐 하는데 KBS의 답답한(?)고민이 있는 것이다. <기형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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