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정부 정통성 판가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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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필리핀 유권자들은 2일 「아키노」대통령 정부의 신임도와 정통성 시비를 판가름하는 새 헌법에 대한 찬반을 묻는 국민투표에 참가했다.
투표는 상오 7시 전국의 8만6천2백개 투표소에서 시작되어 하오3시에 끝나지만 최종 투표결과는 수일 후에나 판명될 것으로 예상된다.
「라몬·펠리페」선거위원장은 등록된 유권자 2천5백만명중 80%가 투표에 참가할 것이라고 예측했으며 정부는 48명의 기초위원이 작년10월에 작업을 끝낸 2만 단어의 새 헌법이 압도적인 지지를 받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79개 대대의 군병력이 소요발생에 대비하여 비상경계태세를 취한 가운데 실시된 국민투표에서 유권자들은 『새 헌법에 찬성투표하느냐』는 물음에 찬반의사만을 투표지에 기입하게 된다.
새 헌법안은 대통령의 권한을 줄이고, 의회양원제를 부활시키고, 시민권의 보장을 규정하는 한편 군은 투표외의 정치활동을 금하고있다.
이 국민투표는「아키노」대통령이 「마르코스」전대통령을 축출한 작년 2월의「시민혁명」으로 집권한 후 자신에 대한 지지도를 시험하는 첫 기회가 된다.
「엔릴레」전국방장관을 포함한 좌·우익 반대파들은 새헌법 반대운동을 벌여왔다. 지난달 22일 토지개혁을 요구하는 농민에 대한 대통령궁 경비병들의 발포로 12명이 사망한 사건과 뒤이어 27일「마르코스」전대통령을 지지하는 일부 민·군의 쿠데타시도 등이 이번 국민투표에 다소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서방관측통들은 말했다.
우익측은 「아키노」대통령의 임기를 92년6월30일로 정한 새헌법조항에 반대하고 있으며 「엔릴레」전국방장관은「아키노」대통령이 국민투표를 무경합 대통령 재선으로 변모시키려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축출된「마르코스」전 필리핀대통령은 1일 이번에 실시되는 필리핀 신헌법안 국민투표에서 「아키노」대통령이 승리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속임수를 쓰는 길뿐이며 만약 이에 실패할 경우 「아키노」대통령은 사임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마르코스」는 이날 망명지인 호놀룰루에서 가진 미ABC-TV방송과의 회견에서 이 같이 주장하고 「아키노」대통령이 사임할 경우 자신이 필리핀정부 대통령직을 맡게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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