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감없는 현장 뉴스진행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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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TV뉴스의 최대 강점은 시시각각 급변하는 사건상황을 시청자들에게 생생하게 보여줄수 있는 현장성에 있다.
뒤집어 말하면 이는 긴박한 변화가 없는 뉴스는 별다른 기동성을 필요로하지 않는다는 말에 다름아니다. 이같은 점에서 볼때 KBS와 MBC-TV가 24, 25일밤 북한 김만철씨 일가. 집단망명사건을 보도하기 위해 KBS9시 뉴스 앵커맨 박성범씨와 MBC뉴스데스크 앵커맨 이득렬씨를 일본현지에 「급파」, 인공위성으로 뉴스를 진행한 것은 아무래도 납득하기 어려웠다.
양TV는 모두 두 앵커맨을 파견하면서 일반 프로그램마다 『이 사건의 다각적인 입체취재를 위해 한국TV사상 최초로 앵커맨을 사건현장에 급파했다』는 자막을 경쟁적으로 넣으면서 요란한 뉴스선전을 폈다.
물론 김만철씨 일가 집단망명사건이 중대한 뉴스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 앵커맨이 뉴스를 한국에서 진행하는 것이나 일본에서 위성진행하는 것이나 별반 다를게 없었다는것이 TV를 지켜본 시컹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었다.
KBS 박씨의 경우 동경NHK스튜디오에 앉아 쓰루가 등지에 나가있는 현지특파원들을 국내시청자들에게 불러주는 역할만 했을뿐이어서 박씨가 한국에 있는지 일본에 있는지 분간할수조차 없었다.
MBC 이씨의 경우는 이씨가 직접 쓰루가 거리에 나가 추위에 떨면서 뉴스를 진행, 현장감을 살리려한 혼적이 역력했으나 거리에서 있었다는 사실은 뉴스진행의 그럴듯한 포장에 불과했고 뉴스의 알맹이와는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이씨는 또 쓰루가 길거리에서 눈을 맞으며 25일 한국에서 열린 박종팔의 권투시합결과까지 국내시청자들에게 소개함으로써 어처구니없는 뉴스감각을 보여주기도 했다.
이같은 해프닝은 김씨일가 집단망명사건이 앵커맨까지 「급파」할만큼 분초를 헤아리는 뉴스라기보다는 일본현지에 상주하고 있는 양TV특파원들을 활용해도 충분히 보도할수 있는 성질의 것이라는데서 빚어졌다. 일본당국의 공식발표도 없이 24일이나 25일이나 특파원들이 똑같은 화면에 똑같은 설명을 반복하는 현장에 앵커맨들까지 급파했다는 사실은 과잉의욕이라기 보다는 호들갑스러움에 가까왔다.
특히 MBC가 앵커맨 이씨의 「쓰루가 항구항」을 녹화방영한 것은 사람하나 찾아볼수없이 쓸쓸하기만한 한가로운 항구도시를 여행하는듯한 인상을 남김으로써 뉴스의 현장성제고와는 정반대로 뉴스의 심각성과 중대성을 크게 떨어뜨리는 역효과만 남고 말았다.
또한 양TV가 중대한뉴스에 이처럼 의욕을 보인것 자체는 바람직한 자세라고 볼수 있지만 같은 논리로 볼때 25일밤 양TV의 뉴스가 쓰루가 현지보도는 20여분이상 진행하면서 최근 전국을 뒤흔들었던 서울대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속보는 전혀 보도하지 않았다는 사실은 이만저만한 보도불균형이 아닐수 없다. <기형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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