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씨 일가의 안전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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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북한을 탈출한 김만철씨 일가 11명의처리문제를 놓고 고심하는 일본정부 일각에선 그들을 공해로 내보내는 방안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져 자유를 사랑하고 인도주의 정신을 존중하는 모든 세계인들에게 충격을 주고 있다.
선진문명국임을 자처하고, 미국 다음가는 경제대국인 일본이 앞으로의 대북한 관계에서 빚어질지도 모르는 약간의 불편을 모면하기 위해서 국제관례와 인도주의를 외면하고 김씨 일가를 실제로 공해라는 이름의 분명한 위험속으로 추방한다면 그것은 한국인들의 분노를 넘어서 세계인들 전체의 양심에 의한 규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망망대해에서는 일?편단밖에 안되는 50t짜리 배에 11명의 목숨을 의지하고 있는 김씨일가에게 공해가 곧 「사해」일수도 있는 이유는 긴설명이 필요없다.
북한은 국제적십자사를 통해서 김씨일가를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라고 일적에 요구했다. 그리고 조총련계를 동원하여 문제가족들의 일본상륙을 저지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청진호가 공해에 모습을 드러내면 북한이 그 배와 김씨 일가를 해상납치하려고 필사적인 작전을 펴리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청진호가 잡는 항로, 쓰루가(돈하) 출발시기, 일본경비정에 의한 호위의 범위등 몇가지 중요한 변수가 있긴 하지만 귀중한 인명이 걸린 일에서는 상상할수 있는 최선의 안전책을 택해야한다.
북한 함정이 청진호 납치를 기도하고 한국이 청진호를 보호하려고 할때 그 일대의 공해는 순식간에 「긴장의 바다」로 돌변할 가능성도 배제못한다.
일본정부가 김씨일가를 공해로 내보낸다면 그것은 김씨일가의 쓰루가 입항을 정치망명아닌 해난사고에 따른 긴급 피난으로 처리한다는 의미다. 일본은 청진호의 고장난 엔진을 고쳐주고, 약간의 식료품과 연료를 제공하여 이「뜨거운감자」를 공해로 추방함으로써 한국엔 김씨 일가를 북한으로 되돌려 보내지 않은점, 북한에는 김씨일가의 정치적 망명을 거부한 점을내세울 속셈임을 우리는 안다.
그러나 그것은 궁색한 변명이요, 기만에 불과할 것이다. 일본의 그런 주장이 설득력을 가지러면 한일기본조약에서 일본이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인정한 한국정부와 사전에 충분한 협의를 하고 한국정부 대표가 김씨일가의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가 앞서야 한다.
김씨일가가 한국아닌 제3국으로 가기를 진심으로 희망할 경우라도 76년 미그기를 몰고온 소련의 「벨렝코」중위문제를 처리한 전례에 따라 가장 안전한 방법으로 제3국행을 주선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김씨일가에 대한 정치망명이 인정되지 않으면 안된다.
「따뜻한 나라」에 자유를 찾아 동토를 탈출한 사람들에게 긴급피난의 원칙을 적용하여 북한의 납치위협과, 50t짜리 배가 감당하기 어려운 태평양의 거친 풍랑이 기다리는 공해로 추방한다면 일본정부는 국제사회에서 「간접살인」의 규탄을 면치 못할 것이다.
공해추방을 강력히 주장하는 것은 일본의 해상보안청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우리는 일본에는 그런 비인도적 처사를 견제하고 김씨일가에게 안전한 자유에의 길을 열어줄 양심이 건재함을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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