납품값의 3배받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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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A브랜드 제품과 같은 폴리에스터 65%의 TC겉감에 다운이 80%함유된 B백화점체품 역시 하청업체 납품가는 갑사의 경우와 비슷한 3만4천원. 이 제품은 중간단계를 거치지 않고 5만2천원에 소비자에게 직접 판매되고있다.
소재나 디자인, 다운함량등에 있어 앞의 두제품과 별 차이가 없는 C시장제품은 2만9천원에 납품받아 3만5천원선에 일반 소비자나 소매상을 상대로 판매되고 있다. 이 제품을 가져간 변두리나 지방의 소매상인은 4만5천∼5만원에 팔고 있다.
이상에서 살펴본대로 같은 소재와 디자인의 제품인 경우 그것이 유명브랜드 제품이든 아니면 백화점 제품이나 시장제품이든 하청업체 납품가는 큰 차가 없다. 어느 경우든 하청업체의 생산원가는 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우마다 소비자 가격은 최고 12만원에서 최저 3만5천원까지 4배 가까운 격차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유명브랜드제품의 소비자가격은 하청업체 납품가의 3배선에서 결정되는 것으로 알려져있다. 예를 들어 하청업체로부터 납품받는 가격이 3만∼3만5천원인 의류제품에 대해 유명브랜드 업체는 당초부터 소비자 가격을 10만원정도로 책정해놓고, 소비자가격의 30∼35%를 대리점몫으로 준뒤 소비자 가격의 30∼40%를 자체마진으로 확보한다는 것이다.
물론 이 마진에는 재고부담, 선전광고비, 외국상표 도입에 따른 로열티, 금융비용등은 물론이고 인건비, 각종 관리비등 비용이 포함되어 있다.
유명브랜드 제품의 경우 소비자 가격이 하청업체 납품가의 3배인것이 가장 일반적이지만 경우에 따라 5배 가까운 경우까지 없지 않은데, 그 폭은 업체별 판매전략에 따라 달라진다.
수익성 위주냐, 시장점유율 위주냐에 따라 다르고 고가소량전략이냐 저가다량전략이냐에 따라서도 다르다.
유명백화점에서 「기획상품」이란 이름으로 내놓는 의류제품의 경우 일단 비슷한 디자인과 소재의 유명브랜드 제품의 소비자가격을 감안해 그 절반수준에서 판매가격을 미리 책정하고 상품기획에 들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또 하청업체로부터 납품받아 중간유통과정을 거치지 않고 최소한의 마진을 붙여 직접 판매한다는 점도 큰 강점이다.
백화점들이 큰 이득도 없으면서 기획상품을 내놓는 이유는 고객확보를 위한 판매전략때문. 일단 손님을 많이 끌어야 다른 상품도 많이 팔리지 않겠느냐는 것이다.
동대문·남대문·평화시장 등에서 대량으로 나오고있는 시장의류제품의 경우 정해진 소비자가격이 따로 없는 것이 일반적이다. 시장상인들이 시중의 유행등을 봐가며 하청생산한 제품을 각자의 위험부담을 안고 소매도 하고 도매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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