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의 부끄러운 작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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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평양집단은 우리 해외진출업자 한명을 납치하려다 미수에 그침으로써 다시 한번 세계의 웃음거리가 됐다.
그러나 우리는 그것을 비웃기에 앞서 서글프고 부끄러운 생각을 금할수 없다.
우리가 강대국 중심의 국제관계흐름에 희생되어 남북으로 분단, 대치된 것은 불행한 일이다.
그러나 그것이 해외로까지 확산되어 같은 동포를 강제로 납치, 연금하고 우리를 모함하는 정치목적에 이용하려 했다는 것은 더없이 부끄러운 일이다.
그것은 비인도적인 일인 것은 두말할 것 없고 국제질서의 위반이며 겨레의 긍지와 자존을 짓밟는 반민족적인 폭거다.
더구나 미인계까지 써가며 그런 작태를 부렸다고 하니 이것은 그들이 구두선처럼 외치는 사회주의적 윤리마저 배반한 행위다.
우리는 북한 집단이 그런 잘못을 저지를 때마다 그들이 가능한 빨리 전근대적이고 야만적인 습성에서 벗어나 보다 성숙된 모습을 보여 주기를 기대해 봤다.
평양은 이제부터라도 변화하는 세계의 진운을 똑바로 바라보고, 오늘 우리 민족의 입장을 올바로 인식하여 자기교도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
오늘의 국제사회는 민족을 단위로 통일, 단결하여 주변의 민족국가들과의 발전경쟁에서 이겨 민족발전의 토대를 구축하고 겨레의 복지를 증진시키기에 여념이 없는 경쟁사회다.
그럼에도 평양정권은 우리 남한을 주적으로 삼아 우리의 발전을 방해할뿐 아니라 우리를 타도의 대상으로 하여 도발을 계속하고 있다.
그것은 6·25를 일으켜 양민을 납치, 학살하고 무장공비를 남파하던 과거의 행태에서 일보의 진보도 없는 미개한 작태다.
그러나 우리는 결코 낙담하려 하지 않는다. 평양의 지배집단이 아무리 포악하고 오늘의 고립상태와 폐쇄체제를 유지하면서 변화의 흐름을 거역하러 한다해도 북한사회의 성격과 북한동포의 의식은 이미 내적 변화를 일으키고 있기 때문이다.
지금 그것은 상당한 수준에 이르러 이미 표출되기 시작했다. 그하나가 덴마크에서 있은 북한 외교관 망명사건이다.
이 외교관망명은 북한사회가 더이상 오늘날과 같은 폐쇄, 억압의 상태로는 유지될수 없음을 행동으로 반증한다.
우리는 공산사회의 질적변화 과정을 이미 유럽의 소련과 동구에서 보았고, 지금은 아시아의 중공과 베트남에서 보고 있다.
다음으로 우리는 그것을 북한에서 보게 될것을 확신한다. 그 흐름은 정치집단 통제의 한계를 벗어난 시대적 대세가 돼있기 때문이다.
평양정권이 이런 변화에서 살아남는 길은 그들이 이 흐름에 맞춰 스스로 변화하는 일이다.
그것은 대외적 도발과 대내의 탄압등 과거의 낡은 작태를 청산하고 우리와의 대화, 협력을 통해 겨레의 화합을 도모하면서 개방사회를 지향함으로써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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