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관료중용 난국타개시도-북괴정무원 개편에 담긴 뜻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3면

29일 하오 평양에서 열린 북한최고인민회의(국회)에서 1주일전부터 관측되었던 김정일의 부주석 취임이 보류되고 경제전문가들을 주축으로 한 정무원(내각)이 새로 구성된 것은 주목할만하다.
지난 82년에 열린 최고인민회의 제7기 제1차 회의에 이어 29일 제8기 제1차 회의에서도 김정일의 권력세습이 이루어지지 않은 것은 이를 둘러싼 갈등이 여전히 심화되고 있어 무리하게 후계체제로 밀고 나갈 수 없으며 우선 심각한 경제적 파탄을 해결하기 위해 정제실무자들을 등용시켜 김일성 부자체제를 공고히 하는 것이 급선무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듯 하다.
북한이 가장 역점을 두고 선전에 열을 올렸던 제2차 경제개발계획이 끝난지 2년이 되어서도 아직까지 구체적인 「실적」과 통계를 전혀 발표하지 않고 있으며 29일 회의에 제3차 계획(87∼93년)을 의제로 상정하는 것조차 보류했다는 것 자체가 이 같은 사실을 잘 뒷받침해주고 있다.
29일 최고인민회의가 김일성을 주석으로 재선출하기에 앞서 지난 27일에 열린 노동당중앙위원회총회는 김일성-김일성 체제에 아무런 변화를 시도하지 않아 부자세습에 이상이 없음을 보여주고 있다.
당 중앙위 총회와 최고인민회의에서 총리로 새로 부각된 이근모는 정치국원후보에서 정치국원으로 동시에 승격된 인물로 김일성 부자의 신임을 받고있는 테크너크래트다.
경제부진을 타개하기 위해 총리에 취임했던 전임자 강성산을 물리치고 그가 새 총리에 임명된 것은 남포시의 대규모 수문건설 등 경제건설부문에서 보인 수완과 충실한 당 책무완수를 높이 평가받았기 때문이다.
김일성 이후를 생각하더라도 김정일에게는 고분고분하고 착실히 일만하는 이근모 같은 행정가중심의 정무원 구성은 주목된다.
그런 뜻에서 홍성남 부총리 겸 국가계획위원장이 제1부총리로 승격하고 당의 과학기술 담당이었던 서기 김환이 화학·경공업 위원장으로 취임하는 등 정권이양체계를 다지기 위한 경제관료 조직의 재편을 서두른 흔적이 보인다.
이근모 체제가 끌고 나가게될 제3차 7개년 계획은 아직도 그 전모가 오리무중이다.
내년 봄에 소집될 최고인민회의에서 의제로 상정될 예정이나 물자 빚 외화부족으로 북한내 경제재건은 매우 험난하다.
산적된 난제를 풀어 나가기 위해 단행한 총리 및 제1부총리의 교체는 밖으로는 외교정책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기 위한 포진으로도 해석된다.
합영법 발효이후에도 외국인의 대북한투자는 거의 실적이 없으며 경제재건을 위한 「조정기」에 외화유치를 필요로 하고 있어 은근히 대일 접근을 추진할 가능성도 높다.
동경의 북한 전문가들은 평양측이 한국의 높은 경제성장에 쫓겨 성장노선 중시의 움직임을 나타내고 있으며 특히 88서울올림픽대회에 대응하기 위해 이미지쇄신에 노력하고 있으나 경제력기반의 취약으로 한계가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이번 회의에서 교통사고로 중태에 빠져있는 것으로 알려진 오진우는 정치국 상무위원과 중앙인민위원에 재임됨으로써 그가 권력구조상 서열 제3위의 지위에 아무런 변화가 없음을 시사하고 있다.
◇이근모 신임북한정무원총리약력
▲남만주 출생 ▲1952년10월=노동당 중앙위조직부장 ▲63년7월=내각성원 ▲67년11월=최고인민회의대의원, 당 중앙위문화예술부장 68년7월=제2기계공업상 ▲70년11월=노동당중앙위원, 정치위후보위원 73년9월=평양도인민위원장, 노동당중앙위정치위원 ▲80년10월=노동당중앙위원, 정치국후보위원 ▲81년3월=정무원부총리 겸 채취공업부장 【동경=최철주 특파원】

ADVERTISEMENT
ADVERTISEMENT